조폭의 진화…낭만주먹→야만폭력·갈취형→기업형

조폭의 진화…낭만주먹→야만폭력·갈취형→기업형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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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사행산업 등 진출해 지하경제 장악…조직은 슬림·프랜차이즈화

검찰이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24년만에 조직폭력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조폭의 ‘진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국내 조폭 계보는 크게 10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으며 점점 지능화,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우리나라 폭력조직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 서울 종로와 명동 등 상가를 중심으로 패거리 형태로 시작됐다. 협객의 느낌이 강했던 김두한과 ‘구마적’, ‘신마적’ ‘시라소니’ 등이 대표적이다.

조폭은 해방 이후 조직화의 길을 걸었다. 이때부터 정치권과 유착한 ‘정치깡패’가 등장했다. 장충단공원 시국강연회장 난입,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고려대생 집단구타 사건 등이 유명하다.

요즘 통용되는 의미의 조폭은 1970∼80년대에 본격 태동했다.

1970년대 산업화를 맞이해 출몰한 이들은 ‘제1세대’ 조폭으로 불린다. 서울 토착조직인 ‘신상사파’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진출한 ‘범호남파’가 세력 다툼을 벌였고, 이어 ‘서방파’, ‘양은이파’, ‘오비파’라는 소위 ‘3대 패밀리’가 등장했다.

이 시기의 조폭은 ‘갈취형’이다. 주먹으로 승부하던 ‘낭만의 시대’가 가고 회칼이 등장하는 등 무자비한 ‘야만적 폭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요 사건으로는 사보이호텔 습격, 서진룸살롱 사건,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습격, ‘OB동재파’ 두목 습격 등이 있다.

1990년대에는 ‘2세대’ 조폭으로 넘어가 갈취형과 기업형의 중간인 ‘혼합형’이 유행했다. 전국적 대규모 조직은 와해된 반면 중소 규모의 조직이 난립했다.

이 시기에 검찰은 대대적인 조폭 소탕에 나섰다. 검찰은 1990년 5월 전국 6대 지검에 강력부를 만들고 같은 해 10월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조폭들은 정부의 서슬 퍼런 단속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 잠행했고 1993년 슬롯머신 사건 등 과거보다 진화된 활동 양상을 보였다.

주요 사건은 칠성파 재건 사건,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된 부산시내 폭력조직 간 습격 사건 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조폭은 범죄 수법이 더욱 다양화, 지능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합법 위장 기업형’ 조폭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증시와 금융시장 등 경제 영역과 첨단 인터넷 사행산업, 사금융 등으로의 진출이 크게 늘었다. 이를 통해 121조대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활동 방식에서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결속은 느슨해지는 반면 소규모 단위로 활동하는 ‘프랜차이즈화 현상’이 나타났다. 부산 최대 조직인 ‘칠성파’의 경우 ‘온천장 칠성’, ‘기장 칠성’, ‘서면 칠성’ 등으로 나눠 활동하는 양상이 파악됐다.

심재철 대검 조직범죄과장(부장검사)은 “과거처럼 조직 간 다툼, 칼부림 등 폭력 사태에 대한 단속 방식만으로는 변화하는 조폭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처가 어렵다”며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과 실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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