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22년 고통… 검사들 유감표명도 없어”

강기훈 “22년 고통… 검사들 유감표명도 없어”

입력 2014-02-14 00:00
수정 2014-02-1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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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대필사건 무죄 판결

“무죄 선고가 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유감 표시는 안 하는구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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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서 대필 사건’으로 감옥에 간 지 2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국가로부터 받은 상처는 강기훈(50)씨의 가슴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강씨는 13일 무죄가 선고된 서울고법 505호 법정에서 한마디의 사과조차 들을 수 없었다. 검찰은 오히려 재심 마지막 공판에서까지 과거의 수사가 옳았다며 강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무죄 선고 직후 변호인과 지인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법정엔 박수 소리가 가득했지만 강씨는 담담한 표정 그대로였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이날 “강씨의 자살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1894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필적 때문에 간첩으로 몰렸다가 결국 누명을 벗은 것처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인 강씨도 오랜 싸움 끝에 마침내 오명을 벗은 것이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8일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 강씨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 결과 징역 3년이 확정돼 만기 출소한 강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고 2012년 10월 19일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유서의 필적이 강씨의 것과 동일하다고 본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김씨가 정자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필적 감정의 일반원칙에 위배해 속필체인 유서와 정자체인 김씨의 필적을 단순 비교해 판단했다”면서 “감정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감정인은 거의 전적으로 혼자 감정을 주관했음에도 원심 법정에서 4명의 감정인이 공동으로 감정했다는 허위 증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991년 감정 당시 김씨의 유서와 필체가 같다고 감정된 김씨의 전민련 수첩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30여쪽에 달하는 김씨 전민련 수첩의 전화번호 부분을 4~5시간 만에 여러 가지 필기구를 섞어 조작하기는 어렵다”면서 “수첩의 찢긴 부분과 전화번호 부분 절취선이 서로 일치하지 않지만 조작된 것이라면 굳이 일치하지 않게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새롭게 등장한 증거들에 대한 필적 감정을 실시했다. 당시 국과수가 감정한 김씨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낙서장은 김씨의 친구인 한모씨가 1997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1991년 당시에는 감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였다. 이후 재심 과정에서도 검찰 측 신청으로 해당 증거에 대한 국과수 감정이 한번 더 실시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국과수 감정 결과 김씨의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이 유서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감정을 받았다”면서 “관련 증인의 진술과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도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난 뒤 강씨와 그를 돕는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의 김상근 목사는 “‘저놈이 유서 대필자’라는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22년은 고통의 나날이었다”면서 “진실은 반드시 승리하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오늘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1991년 필적 감정을 한 감정인에게 한마디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씨는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답했다. ‘악의 평범성’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강씨는 이어 “당시 검사들은 나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감을 표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2년간의 싸움 끝에 간암까지 얻은 강씨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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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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