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의 달인’ 강릉시 공무원도 너무 지쳤다

’제설의 달인’ 강릉시 공무원도 너무 지쳤다

입력 2014-02-13 00:00
수정 2014-02-13 17: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이제는 눈이 싫습니다.”

1m가 넘는 눈 폭탄에 이어 13일 새벽 또 많은 눈이 내리자 ‘제설의 달인’으로 알려진 강원 강릉시의 제설담당자들도 지쳐가고 있다.

강릉시의 제설장비 70대를 지휘하는 남동현(49) 장비반장은 13일 점심을 허겁지겁 때우고 나서 다시 페이로더의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이번 폭설로 일주일째 가족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제설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다시 폭설이 시작된 지난 12일 밤에는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시내 전역에서 제설작업을 벌였다.

지난 2011년 폭설 때문에 큰딸의 졸업식을 보지 못했던 남 반장은 이번에도 제설작업을 하느라 둘째 딸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그도 이제는 지쳐가고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속옷 한번 갈아입고자 집에 들르지 못했다”면서 “제설작업이 숙명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너무 피곤해 눈이 싫다”고 말했다.

또 “제설작업은 눈이 30∼40㎝가량 내렸을 때 하기 좋은데 이번에는 워낙 많이 쏟아지다 보니 한계에 부딪혀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애써 치워 놓은 도로 위로 다시 눈을 밀어 놓는 사람을 보면 더욱 힘이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마을길과 골목길의 제설작업을 하는 시민들도 “눈이 지겹다”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새벽 다시 눈 폭탄이 떨어진 강릉시 교동의 주택가.

주민들은 날이 밝자 무릎높이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자 삽을 다시 잡고 대문을 나섰다.

액체를 뿌려 눈을 녹이는 장비가 있기는 하지만 허리까지 쌓인 눈 속에 파묻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문식(49) 씨는 “일주일째 자고 일어나면 다시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반복돼 눈이 지겹다”면서 “이번에는 워낙 눈이 많이 내려 제설작업을 잘한다는 강릉시도 지쳐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집 인근에서 홀로 사는 이옥녀(84) 할머니도 집 앞의 눈을 치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이 할머니는 눈을 당장 치우지 못하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어 폭설 속에서도 눈을 치우고 허리를 펴는 동작을 반복했다.

인근의 박창서(60) 씨는 “처음 눈이 내릴 때는 스펀지처럼 가벼웠는데 무게 때문에 제설작업에 지쳐가고 있다”며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가 떨어지거나 긴급한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서 혼자 사는 최춘자(81) 할머니는 이날 새벽 폭설로 지붕에서 ‘뚝뚝’ 소리와 함께 처마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최 할머니는 지난 가을 김장을 하다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눈을 치우지 못해 사흘 동안 집안에 갇히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하늘에 구멍이 생겼는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눈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눈이 무섭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