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부출연 ‘기초과학연구원 예산 몰아주기 논란’ 개선책이라지만…
지난해 정부출연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에만 예산을 몰아줘 일선 연구기관의 ‘연구비 대란’을 낳았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IBS에 연구예산이 쏠린 탓에 일선 연구자들은 국가 연구사업에서 선정될 확률이 너무 낮다”고 토로하자 연구사업 지원 자격 조건을 강화해 선정률 수치를 끌어올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4일 과학계 등에 따르면 미래부는 최근 발표한 ‘기초연구사업 통합공고문’을 통해 현재 한국연구재단과 미래부, 교육부의 개인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인 연구자는 올해 추가로 정부의 개인 연구 지원을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연구자 1명이 최대 3건의 개인 연구 과제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었다.
미래부의 조치는 지난해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IBS 논란’<서울신문 2013년 8월 30일자 9면>의 보완책으로 마련됐다. ‘노벨상 프로젝트’로 불리는 IBS를 만들어 세계적 과학자가 단장으로 있는 산하 연구단 50곳에 연간 100억원씩, 10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일하 서울대 교수가 브릭 게시판에 “2012년 IBS가 만들어지면서 모든 연구비가 특정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여러 연구자들이 동조하면서 파장이 불거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자 1명이 비슷한 주제를 쪼개어 여러 분야의 예산을 따내려 하는 등 문제가 있어 자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견 연구자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자 대비 선정률을 현재 9.9%에서 2017년 2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자가 진행하는 과제 특성과 연구 기간, 연구비 규모 등이 천차만별이다. 정부에서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해서 향후 지원을 제한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 팽배하다. 예를 들면 매년 연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연구를 해 온 학자가 다른 연구 과제를 맡고 있다고 해 지원을 끊는다면 그동안의 성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 연간 수천만원 규모의 3년 단위 소규모 개인 연구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혁신적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연구비 신청을 할 수 없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미리 연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을 2~3년 전에는 알려 줘야 하는데 당장 올해부터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립대의 공학 교수도 “선정률만 높이려고 응모 자격을 억지로 제한하면 중견 및 신진 연구자들이 지원받기는 어려워져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2-05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