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아이디로 회원수 늘린 카페 관리 대행업자도 검거
중국 해커들에게서 국내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싼값에 사들여 인터넷 카페 관리 대행업자 등에게 돈을 받고 넘긴 전문 판매상이 경찰에 붙잡혔다.카페 운영자나 파워 블로거들로부터 돈을 받고 관리를 의뢰받은 대행업자들은 개인정보를 가입자나 방문자 수를 늘리는데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2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개인정보누설 금지 등)혐의로 개인정보 판매자 안모(35)씨를 구속하고 박모(16)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서 개인정보를 구입한 카페 관리 대행업자 김모(21)씨를 구속하고 임모(21)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단순도용자 이모(26)씨 등 33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안씨는 2012년 6월 중국 현지의 동거녀(재중동포)를 통해 해커를 소개받은 뒤 국내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20만건을 개당 140∼160원씩 3천여만원 주고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국내 사이트를 해킹해 빼낸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유명 포털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또 이때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메신저로 카페 관리 대행업자나 구입 희망자 등에게 판매해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중국 해커들이 직접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새로 만든 아이디는 개당 2천∼3천원에, 해킹한 기존 아이디는 개당 200∼500원에 판매했다.
박군도 안씨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를 판매해 1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입건됐다.
카페 관리 대행업자 김씨 등은 특정 단어 검색 시 카페 평가지수를 상승시켜 상단에 노출하는 이른바 ‘카페 어뷰징’을 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안씨에게서 개인정보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자동 가입기’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시간당 500명까지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단순도용자 이씨 등은 이 개인정보를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남의 명의로 매물을 올리거나 자신의 카페·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 이용했다.
경찰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가 도용돼 인터넷 카페에 가입된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구매한 단순 도용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방문자나 페이지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광고주로부터 광고의뢰 등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한 국내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포털사이트가 해킹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해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 ‘어뷰징’ 작업이 이뤄진 것”이라며 “하지만 더욱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한 카페활동을 방해하는 어뷰징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안씨 통장 거래내역을 근거로 개인정보를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100여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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