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당신 집 앞의 눈 치우고 계십니까

[생각나눔] 당신 집 앞의 눈 치우고 계십니까

입력 2014-01-22 00:00
수정 2014-01-22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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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없어 의무감도 없나 ‘눈 치우기’ 눈치보기 8년째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21일 출근길에 집 앞 골목에서 아찔한 상황을 목격했다. 앞서 가던 남성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주택이나 상점 등 건물 1m 앞에 쌓인 눈은 건물주나 거주자가 의무적으로 치워야 하지만 집주인이 전날 내린 눈을 치우지 않아 얼어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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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빙판길 낙상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한 시민이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빙판이 된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언덕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빙판길 낙상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한 시민이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빙판이 된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언덕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 12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119서울종합방재센터에는 202건에 달하는 낙상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처럼 서울·경기 등 중부 지역에 빙판길 낙상 사고가 속출한 것은 시행 8년째를 맞는 ‘내 집 앞 눈 치우기’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6년 서울시의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경기, 대구, 강원 등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택과 상점 앞 눈을 주민들 스스로 치우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조례로 제정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내 집 앞 눈 치우기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방방재청이 2010년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반대 여론 탓에 무산된 바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부 이모(46·서울 마포구)씨는 “눈이 많이 오면 불편하기 때문에 먼저 치울 때도 있지만 의무인 줄은 몰랐다”면서 “다세대 주택에서 집주인에게만 치우도록 강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방모(34)씨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혜택을 통해 사람들을 독려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을 경우는 물론 이웃의 보도나 차도에 눈을 버리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물린다. 프랑스는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자신의 집 앞에서 넘어져 다친다면 민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는 제설작업을 한 사람에게 민사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을 두기도 한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송이 발달한 해외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면서 “처벌 조항을 두게 되면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구역을 정하기보다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 눈을 치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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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1-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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