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만에 멈춘 고리1호기… 수명 늘린 원전이 위태롭다

50일 만에 멈춘 고리1호기… 수명 늘린 원전이 위태롭다

입력 2013-11-29 00:00
수정 2013-11-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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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수명 다하고도 재가동… 부품 교체·정밀 점검해도 고장

원자력발전소를 연장 운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북 경주 월성1호기(설비용량 67.1만㎾)에 이어 부산 고리1호기(58만㎾)마저 10년 수명 연장 후 곧바로 가동 중단 사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부품 교체와 정밀 점검을 받았으나 미처 예측하지 못한 고장이 자칫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8일 오전 1시 18분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1호기가 터빈 계통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1977년 완공 후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뒤 5개월여의 계획예방정비를 거쳐 지난달 5일 재가동됐으나 50여일 만에 다시 멈춘 것이다. 정기검사를 받고 있던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4호기에서도 추가 결함이 발견됐다. 내년 1월 1일 재가동할 계획이 이번 결함 때문에 10일 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겨울철 전력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원전 23기 중 6기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내년 1월 중순을 고비로 내다봤다. 최대 전력공급량은 7730만㎾이지만 순간전력수요는 8100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규정대로라면 500만㎾를 예비전력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되레 370만㎾가 부족한 셈이다. 지난여름처럼 공장 가동 중단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앞서 월성1호기도 가동 중단 후 1년 이상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원전 434기 가운데 수명 연장 또는 연장 승인 원전은 149기이고, 해체를 앞둔 원전은 147기에 이른다.

그러나 양이원이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원전의 수명 연장이란 금속 노후화가 완료된 핵분열 설비를 무리하게 재사용한다는 의미”라면서 “원전은 다른 에너지 설비에 비해 대형 사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에 대해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는 답변(44.9%)이 ‘안전성에 이상이 없으면 더 가동해도 된다’는 조건부 답변(42.2%)보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수명이 오래된 순서와 폭발 사고 순서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으로 봐도 월성1호기의 경우 해체 비용이 연장 전 3251억원에서 연장 후 6033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명 연장이 운영, 보수에 굉장한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잔고장과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해체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3-11-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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