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들 희망 주는 ‘루돌프’ 택시기사들

이른둥이들 희망 주는 ‘루돌프’ 택시기사들

입력 2013-11-17 00:00
수정 2013-11-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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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택씨 등 50명, 아름다운재단 ‘다솜이 희망산타’ 차량봉사

”하루 벌이를 포기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1㎏도 채 안 되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발길이 가더라고요.”

’다솜이 희망산타’ 행사에서 차량봉사를 하는 인터내셔널 택시(외국인 전용 택시) 운전사 홍영택(60)씨는 세계 이른둥이(미숙아)의 날인 17일 이렇게 말했다.

다솜이 희망산타는 아름다운재단과 교보생명이 진행하는 이른둥이 지원사업 ‘다솜이 작은숨결 살리기’의 한 프로그램이다. 산타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준다.

그러나 2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두꺼운 산타 옷과 커다란 선물꾸러미를 들고 이동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홍씨를 비롯한 인터내셔널 택시 운전사 50명이 2010년부터 이들을 무료로 목적지에 데려다 주기로 자원하면서 프로그램 진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운전사들은 내달 5일 열리는 희망산타 행사에서도 차량 봉사에 나선다.

봉사를 제안한 홍씨는 “운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다가 4년 전부터 산타들을 나르게 됐다”면서 “우리가 모는 택시는 썰매고 우리는 루돌프가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어려운 점도 있다. 온종일 경기도 파주, 의정부 등까지 봉사자들을 태우고 다니노라면 일당도 포기하고 가족 눈치를 봐야 했다. 작년에는 봉사활동 당일 폭설이 내려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접촉사고가 나기도 했다.

홍씨는 “그래도 아이들 보러 가는 길은 꼭 소풍가는 전날처럼 설레고 기대된다”며 “자식을 둔 부모로서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기쁘면서도 마음이 찡하다. 그 감동은 절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씨의 권유로 봉사에 나선 한 운전사는 “도움을 주러 갔지만 더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며 “너무나 반갑게 저를 맞던 아이의 눈빛을 잊지 못해 해마다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기사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삶을 시작하는 이른둥이와 치료비 등 무거운 부담을 져야 하는 가족들이 이들의 봉사로 희망과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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