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숨지게한 계모 엄벌 촉구하는 자발적 서명 확산

딸 숨지게한 계모 엄벌 촉구하는 자발적 서명 확산

입력 2013-11-13 00:00
수정 2013-11-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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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자책감에 주민 발 벗고 나서…인터넷 카페·SNS로도 동참

울산에서 계모가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과 자책이 엄벌을 촉구하는 자발적 서명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 스스로 서명운동 주체를 자청하고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계모의 학대로 숨진 이모(8)양이 살던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지역 주민들은 이달 5일부터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계모를 살인죄로 엄벌하고, 아동학대 처벌조항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시민의 서명을 받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불과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7천명의 서명을 받아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지검에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수백 명씩 서명을 받아 우편으로 검찰에 보냈거나 보내려고 모아둔 사람도 있어 전체 서명자는 13일 현재 1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서명 실적은 눈에 띌 정도지만, 사실 서명운동 자체는 어설픈 면이 많다.

평범한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짬을 낸 주부,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낸 워킹맘 등이 집에 있는 캠핑용 테이블, 서둘러 만든 피켓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아무도 여유가 없는 날은 서명운동이 열리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이 나는 사람끼리 연락해 ‘번개식’으로 열리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KTX 울산역을 찾았다가 “역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직원에게 제지당해 밖에서 추위에 떨며 서명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많은 서명지를 모은 것은 ‘내가 서명을 받아오겠다’며 게릴라식 서명운동을 자원하는 시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리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거주하는 아파트, 직장, 단골 미용실이나 목욕탕 등에서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200∼300명의 서명이 모이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울산지검 검사실로 서명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확히 몇 명이 서명을 했는지 집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분희(41·여)씨는 “대다수가 이런 활동을 한 경험이 없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라서 서명지를 어떻게 만들고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부터 하나씩 배워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딸 같은 아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미루고 앞장서는 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역 밖으로 거미줄처럼 퍼지고 있다.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공간이 서명운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령 구영리 주민이 아닌 시민은 네이버 카페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에서 탄원서 양식을 내려받아 서명을 받고, 역시 카페에서 안내하는 주소로 보내면 된다.

스마트폰으로는 SNS ‘밴드’에서 서명운동 일정이나 추모제 준비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계모의 가중 처벌과 관련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여러 개 올랐고, 약 4만명의 네티즌이 서명을 했다.

앞서 박모(40·여)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20분께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 지속적인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 등)로 구속됐다.

박씨는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112에 거짓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양의 몸에 남은 멍 자국을 토대로 폭행과 학대 여부를 수사했다.

이양은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지면서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피하출혈과 동시에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서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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