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공사 재개로 ‘날벼락’맞은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 재개로 ‘날벼락’맞은 바드리마을

입력 2013-10-10 00:00
수정 2013-10-10 14:4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마을 사실상 고립…농작물 반출·농촌체험객 끊겨

한국전력이 지난 2일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후 마을 주변에 송전탑이 여러 개 들어설 예정인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 마을이 날벼락을 맞았다.

경찰이 마을을 겹겹이 차단해 농작물 수확·반출, 농촌 체험객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

바드리마을 주민들은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운 마을 진입로를 넓혀 주는 것 등을 골자로 한전의 송전탑 공사에 이미 합의했다.

84번, 89번 등 한전이 현재 공사하는 송전탑 현장 두곳이 바드리 마을을 거쳐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인근 동화전 마을과 용회마을 주민들이 바드리 마을로 향하는 도로 입구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하고 있다.

이들의 접근을 막는다며 바드리 마을 진입로 두곳과 공사현장에 경찰 5개 중대 400여명을 배치되어 있다.

진입로마다 검문소를 설치하고 마을주민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과시켜 주지 않아 마을이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길 주변 곳곳에 경찰들이 천막, 텐트를 치고 주둔하고 있다.

28가구가 사는 바드리 마을은 영남 앞프스 서쪽 끝자락인 백마산 해발 450여m 고랭지에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좋고 사과, 대추 등이 과일이 잘 자라 바로 아래 평리마을과 함께 녹색농촌체험 팜스테이 마을로 유명하다.

바드리마을 주민들은 공사 재개로 경찰이 대거 배치된 후 외지 사람들의 마을 방문이 사실상 어려워져 가을 농작물 수확, 판매, 농촌 체험객 유치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0일 둘러본 바드리마을은 경찰관들과 한전 직원들만 눈에 띌 뿐 외부인은 아무도 없었다.

바드리 마을 주민 장창명(46) 씨는 “10월 들어 학교, 교회, 복지관, 가족단위 농촌체험객 600여 명이 당일 또는 1박2일 예약을 취소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체험객과 외부 일꾼들의 발길이 끊겨 농작물 수확조차 힘들 지경이다.

대추는 너무 익어 빨갛게 변한 표면이 갈라진 채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과도 체험객들이 따지 못해 급한 대로 수확해 저온창고에 저장하고 있다.

농산물 수집차량까지 마을로 들어오지 못해 직접 수확한 농작물을 반출하는 데도 지장이 있다.

평소 같으면 영농법인에서 계약한 수집차량이 마을까지 들어와 농작물을 실어나르지만 공사 재개 이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장상명(55)씨는 이날 자신이 수확한 꽈리고추를 트럭에 싣고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단장면사무소까지 직접 나가 기다리고 있던 배송차량에 넘겨줘야 했다.

바드리 마을 주민들은 최근 농촌체험행사 중단, 농산물 수확·출하중단, 사료 수송중단 등으로 1억2천800여만원의 피해가 났다며 한전 밀양특별대책위에게 피해금액을 청구했다.

장창명 씨는 “피해를 호소해 봐도 경찰, 한전, 밀양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며 “마을 주민들이 평소와 같이 농사,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