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 ‘평화열차’에 담긴 화해·평화의 꿈

대륙횡단 ‘평화열차’에 담긴 화해·평화의 꿈

입력 2013-10-10 00:00
수정 2013-10-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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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모스크바 첫 여정 마쳐…25시간 2천777km 대장정2차 세계대전·스리랑카 내전 기억 나누며 평화 기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가 전쟁 중 이곳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나치가 세력을 확장했다가 후퇴했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스크바까지의 이 길은 제게는 부끄러움과 슬픔의 공간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한 평화열차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로 접어들자 독일인 자비네 뮐러 랑스토프(51·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세계대전 중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모하고 전쟁의 비극을 가져온 독일 역사를 반성하는 것은 그녀가 이번 평화열차에 몸을 실은 이유였다.

8일 오후 10시께 (현지시간) 베를린 중앙역을 출발한 평화열차는 밤새 독일 국경과 폴란드 바르샤바를 지나 9일 오전 10시께(현지시각) 벨라루스를 통과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아침을 맞은 평화열차 참가자들은 복도로 나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각자가 바라는 평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인도인 셰익스피어(33)는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의 실질적인 철폐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셰익스피어는 카스트 최하위 계층인 ‘달리트(Dalit)’ 출신이다.

셰익스피어는 “카스트 제도가 법적으로는 없어졌지만 아직 달리트는 다른 계급과 결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인도에서는 달리트 남성이 수드라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 가족을 몰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9년 스리랑카에서는 민족 간 내전으로 15만여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라며 “이처럼 끊이지 않는 전쟁과 차별을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이 열차에 탑승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슬비(21·여)씨는 “베를린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들을 돌며 팔레스타인 분쟁, 북한 인권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라며 “다른 국가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며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열차가 베를린에서 출발해 모스크바까지 이동한 거리는 총 2천777km, 이동시간만 25시간에 달했다.

15개국 111명의 평화열차 참가자들은 5평 남짓한 침대 객차 한 실당 3명씩 배정됐다.

공간도 비좁았고 승무원들이 러시아어를 제외하곤 소통이 불가능해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피곤보다는 설렘이 더 진하게 묻어났다.

대학생 서나라(23·여)씨는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4일이 걸린다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베를린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며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평화열차 참가자들은 베를린에 이어 두번째 정착지인 모스크바에서 평화 콘퍼런스, 평화순례 등의 일정을 마친 뒤 12일 이르쿠츠크로 출발한다.

평화열차는 이달 30일 개막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사전 행사로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베이징 등을 거쳐 오는 29일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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