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사공조 통한 문화재 환수 첫 사례…‘문정왕후 어보’도 수사 요청
검찰이 6.25 전쟁 당시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 대한제국 ‘호조태환권’ 인쇄용 원판을 미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국내로 환수하는데 성공했다.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박은재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이 호조태환권 원판 국내환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6.25 전쟁 당시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 대한제국 ‘호조태환권’ 인쇄용 원판을 미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호조태환권은 1893년 고종이 대한제국의 경제근대화를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을 당시 구화폐 회수를 위해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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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태환권은 1893년 고종이 대한제국의 경제근대화를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을 당시 구화폐 회수를 위해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다.
실제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대한제국이 근대화된 인쇄술로 만든 최초의 지폐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으로 적지않은 의미를 가진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국내환수에 성공한 호조태환권 원판은 현존하는 3개의 원판 가운데 하나로 한국전쟁 당시 덕수궁에 소장돼 있다가 참전 미국인 A씨에 의해 1951년 미국으로 불법 유출됐다.
A씨 사망 후 유족은 2010년 미국 미시간주 소재 경매회사인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에 경매를 의뢰했다.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등 한국 골동품이 경매에 다수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주미 한국대사관은 경매 중지를 요청했으나 경매가 진행됐고, 재미교포 고미술 수집가 윤모(54)씨가 낙찰받았다.
윤씨는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붙잡혔다. 이를 경매에 붙인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 대표 제임스 아마토(50)씨도 장물 유통과 거짓 진술 등의 혐의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이번 환수는 우리 검찰이 국제 수사공조를 통해 문화재를 환수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대검찰청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2010년 9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국제수사 공조, 해외 도피사범 강제송환 등에 있어 협조해 왔다.
지난 7월 대검을 방문한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환수를 직접 언급했고 이후 대검과 문화재청, 미 국토안보부의 ‘3자 협력’을 통해 환수에 성공했다.
검찰은 이번 환수를 시작으로 불법 유출 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수사 공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 검찰은 16개국 20개 법집행기관과 수사공조 MOU를 체결한 상태다.
박은재 대검 국제·미래기획단장은 “호조태환권 외에도 현재 LA카운티 박물관에 있는 ‘문정왕후 어보’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이외에도) 불법 유출된 문화재가 발견되는대로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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