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치단체-소방본부-국토관리청 책임 전가
야간에 국도에서 ‘로드킬’을 당한 동물 사체를 치우는 전담기관이 울산에는 없어 2차 교통사고가 우려된다.14일 울산지역 5개 구·군에 따르면 최근 고라니, 멧돼지,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늘어나고 유기 동물이 많아지면서 이들 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매달 2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 동물 사체는 각 구·군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한 뒤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물처럼 소각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미화원 퇴근 후인 야간에는 동물 사체를 치우는 전담기관이 1곳도 없다.
야간에 동물 사체가 제때 치워지지 않는 것은 자치단체, 소방본부, 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환경미화원의 인건비 추가 지급과 인력 운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야간업무를 맡기지 않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시민 신고가 들어오면 야간 당직자가 출동해 처리하기도 하지만 극히 부분적인 사례로 확인됐다.
울산시소방본부는 최근 울산시의회가 ‘119안전센터에 로드킬 처리시설 설치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자 ‘동물 사체 처리 전담기관은 각 구·군 환경관리과’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울산지역의 5개 국도를 관리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도관리사무소는 울산에서 거리가 먼 경남 김해에 사무실이 있는데다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로드킬을 제때 처리하기란 불가능하다.
또 울산시가 운영하는 로드킬 처리 신고센터(국번없이 120)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해당 자치단체 대표 전화번호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치단체에 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야간에 동물 사체가 도로에 장시간 방치되면 혐오감을 주는 것은 물론, 2차 교통사고 우려와 여름철 시민 보건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넘게 로드킬 동물을 치워 온 울산시의회 박순환 의원은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내는 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라며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트렁크에 삽과 장갑, 비닐봉투를 항상 넣고 다니며 치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기동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관계기관이 생태 이동통로 확보와 함께 로드킬 처리 전담기구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 주변 경부고속도로에서는 로드킬이 발생하면 고속도로 순찰대 등이 비교적 제때 동물 사체를 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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