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활동가 “성폭력, 침묵 깨야 해결돼”

인도 여성활동가 “성폭력, 침묵 깨야 해결돼”

입력 2013-07-08 00:00
수정 2013-07-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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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 바이야 “인도사회도 변화…숨겨왔던 문제 공론화”

“침묵을 깨고 말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사건 이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숨겨져 왔던 성폭력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외면받았던 피해자를 위한 조치가 마련되고 있어요.”

40여년간 인도에서 여성운동을 펼쳐온 아바 바이야(65·여) 인도 자고리(Jagori) 훈련·연구 아카데미 교수는 8일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은 공론화해야 개선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16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인재 양성과정인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 참가차 최근 방한했다.

신분제와 여성차별 등으로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풀뿌리 여성운동’을 이끄는 그는 최근 자국의 변화상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버스 집단 성폭행에 공분한 시민들이 들고 일어섰고 이는 피해자 보호 등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바이야 교수는 “여전히 상황이 열악하긴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젊은 남성들까지 시위를 벌이는 등 ‘여성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던 기존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예로 “델리 내 여성 경찰이 상주하는 안전지역 135곳을 지정하고 경찰이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에 접근하도록 교육받았다”며 “피해자를 위한 쉼터가 마련되고 특히 최장 9년이 걸리던 재판과정이 2∼3달로 짧아졌다”고 소개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바이야 교수는 결혼을 강요하는 집안 분위기에 반발, 21살 때 집에서 나와 아시람(힌두교 교육기관)에서 지내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6개월간 매일같이 찾아온 아버지와 ‘결혼을 하지 않고 일을 계속한다’는 조건에 합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1984년 인도 델리에서 ‘자고리’라는 여성 교육기관을 설립, 여성운동가이자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들을 일깨운다’는 뜻을 지닌 자고리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일종의 ‘공개법정’에 여성주의적 접근방식을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도 지역민들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법의 심판이 필요하더라도 법정까지 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재판관 역할을 하는데, 이때 여성 피해자를 중심으로 문제를 접근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자고리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바이야 교수는 “최근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이 월급의 절반을 아내에게 지급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며 “남편이 이를 지키지 않자 주민들이 직접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남편이 일하는 회사와 경찰을 찾아가 직접 협조를 요청해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피해자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의구현 차원의 일”이라며 “모든 사회 문제는 곧 여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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