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절도, 5개월 추적 해결…강남署 5월 으뜸수사관에 선정
”노트북을 집어들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괘씸하더라고요. ‘너는 내가 잡는다’라고 스스로 말했죠.”’사건일번지’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5팀의 박주현(29·여) 순경.
가냘픈 체격에 빨간 원피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박 순경에게 최근 해결한 노트북 절도 사건에 대해 묻자 눈빛에 날이 섰다.
무려 5개월간 박 순경의 밤잠을 설치게 한 사건은 이렇다.
작년 성탄절 이브 밤, 분당선 강남구청역 플랫폼에서 노트북 한 대가 사라졌다.
CC(폐쇄회로)TV를 들여다 보니 앳돼 보이는 남성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노트북을 들고 마냥 신난 표정으로 전철에 몸을 싣고 달아나고 있었다.
이 노트북은 주인이 얼떨결에 놓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유실물이 됐지만, 누구도 마음대로 손대선 안 되는 법률상 ‘점유 이탈물’.
수십억원대 사기 사건도 즐비한 마당에 실제 가치가 60만원도 안 되는 ‘노트북 실종 사건’은 별것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 순경은 사건을 접수한 이후 매일 밤 CCTV 속 피의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행방이 묘연한 이 남성은 다섯 달 만에 노트북의 고유식별번호(MAC 주소) 추적으로 정체가 드러났다. 이제 갓 스물이 된 연기 지망생이었다.
박 순경은 16일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도 범인을 직접 잡을 때 쾌감은 똑같다”며 “피해자에게 노트북을 돌려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수사과는 박 순경을 5월의 ‘으뜸 수사관’으로 선정했다.
황정인 수사과장은 “작은 사건이었지만 진정한 수사경찰의 자세를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8년 경찰 선배와 결혼한 박 순경은 지금 임신 8주째다. 17일부터 병가에 들어간다는 그녀는 고생하는 다른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