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ℓ 봉투값, 한달 처리비와 비슷… 비용 부담에 꼼수 등장

20ℓ 봉투값, 한달 처리비와 비슷… 비용 부담에 꼼수 등장

입력 2013-06-03 00:00
수정 2013-06-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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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첫날

“음식물을 전용 봉투에 버리면서 처리 비용이 2배 넘게 늘었지 뭐예요.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려는 게 아니라 처리 비용을 올리려고 ‘꼼수’를 쓴 것 같아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만큼 부담금을 내는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2일 임명희(43·여·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이렇게 꼬집었다. 매월 가구당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을 1600원 정액으로 내다가 종량제에 따라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하게 돼 이젠 매월 3000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모(52)씨는 “부피가 큰 배추 등 김장 쓰레기를 버릴 때면 처리 비용이 더욱 늘 수밖에 없다고 벌써부터 걱정하는 주부들이 많다”며 혀를 찼다. 20ℓ 전용봉투 1장이 1300원으로 월 처리 비용 1600원과 비슷하다.

전국의 음식물쓰레기 분리 배출 대상 14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29곳에서 종량제를 전면 시행했으며 나머지 15곳도 조례개정을 통해 연내 합류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종량제로 배출량 20% 감소와 연간 경제이익 5조원 창출 효과를 얻는다고 분석했다.

종량제 방식은 크게 ‘납부 칩·스티커’, ‘무선주파수인식(RFID)시스템’, ‘전용 봉투제’로 나뉜다. RFID 시스템을 채택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가구별 부과가 아니라 단지별로 부담금을 매기는 데 혼란을 빚었다. 한 주민은 “많이 배출하지 않는데 합산해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각 가정 입장에서는 ‘버린 만큼 내는 것’이 아니어서 감량 효과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변칙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김모(45·여)씨는 수박 등 음식쓰레기를 파쇄해 하수구로 그냥 버릴 수 있는 분쇄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더러는 칩 시스템을 악용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아파트에 사는 정모(44·여)씨는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전용 봉투 대신 일반 비닐에 담아 버리는 요령을 터득(?)했다. 전용봉투에 붙은 바코드를 떼내 화투장같이 딱딱한 플라스틱에 붙여 전용 투입구 열쇠 용도로 사용하면 봉투를 일일이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웃들에게 귀띔까지 했다.

외식이 많은 1~2인 가구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작은 것은 변기에 버리고, 큰 것은 물기를 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2008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범실시 도시로 지정된 울산시나 서울 마포구 등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1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행 초기 일부 부작용이 발생했으나 지금은 용기로 처리하면서 이물질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전국 종합 hihi@seoul.co.kr

2013-06-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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