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인진드기 사건이 지역에 영향 줄까 주민들 ‘촉각’

<르포> 살인진드기 사건이 지역에 영향 줄까 주민들 ‘촉각’

입력 2013-05-22 00:00
수정 2013-05-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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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로 인한 국내 첫 사망자의 감염 장소로 알려진 강원 화천지역 주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숨진 60대 여성은 춘천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살인 진드기에 물린 장소로 화천군 간동면 일대 텃밭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춘천에서 국내 최장 터널인 배후령터널을 지나 차량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마을을 찾았다.

5월의 녹음이 우거진 이 농촌마을은 별다른 동요 없이 평소 생활을 유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칫 이번 사고의 불똥이 마을로 향해 전반적인 상경기 침체로 이어질까 봐 ‘노심초사’ 불안한 모습은 감춰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의 치사율이 10% 미만으로 알려진데다 1년 전에 이 마을에서 살인 진드기에 물렸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데 막연한 공포심만 유발, 지역경기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들판에 나와 농사일을 하는 농민들 사이로 희뿌연 소독액을 뿌리며 분주하게 마을을 오가는 화천군의 방역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방역직원 양모(65)씨는 “진드기는 소, 돼지 등 가축의 피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축사를 중심으로 풀숲과 바닥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라며 “평소에도 소독했지만 살인 진드기 소식에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축을 키우는 고은동(49)씨는 “우리 마을이 살인 진드기 발생 추정지역과 근접해 있다는 것만으로 걱정이 크지만 주민 모두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평소보다 축사 주변을 중심으로 소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역직원들은 이 일대 축사마다 20ℓ가량의 방역제를 뿌린 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신봉학 화천군 방역담당 공무원은 “모기 등이 활동하는 시기인 지난달 13일부터 이 마을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소독을 하는 청정지역 중에서도 청정지역”이라며 “방역은 사람들이 직접 먹는 텃밭이나 광범위하고 깊은 산 속에 있는 모든 풀숲에 약을 살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개인마다 철저한 예방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살인 진드기에 감염돼 사망한 여성이 당시 일했던 텃밭에 다다르자 수년 전까지 개와 돼지를 사육했던 축사 주변이라는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간간이 조립식 주택을 지어놓고 농민들이 들깨를 심어 가꾸는 텃밭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 동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들깨를 대부분 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주민 차상호(67)씨는 “이곳에서 수년간 텃밭을 일구고 있지만, 이번 일과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라며 “모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원인을 규명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송범승(50)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방역당국이 늑장대응을 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확실한 방역을 위해 소, 닭, 돼지 등 가축에 대해 순차적이고 정기적인 예방과 각자 방역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숨진 여성의 남편인 이모(55)씨는 “이번 일로 인해 조용하고 인심 좋은 마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라며 “앞으로 사망원인에 대해 지켜볼 것이며 하루빨리 백신 등이 만들어져 다시는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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