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의혹’ 출판사 대표 “사퇴…사옥도 매각”

‘사재기 의혹’ 출판사 대표 “사퇴…사옥도 매각”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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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베스트셀러’ 파문 확산… 비대위 ‘여울물… ’ 수거 나서

‘사재기 의혹’이 또 터져 출판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21’은 지난 7일 자음과모음에서 황석영(70)씨가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낸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와 ‘3만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김연수(43)씨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차세대 작가 백영옥씨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을 조작된 베스트셀러라고 주장했다. 훌륭한 작가와 잘나가는 작가, 많이 팔린다고 알려진 작가들마저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자 출판계는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이런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음과모음 강병철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면서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 사옥도 매각할 것이고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자음과모음은 강 대표 사퇴에 따라 황광수·심진경 편집위원 등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점가에 풀린 황석영씨의 ‘여울물 소리’ 책을 수거하기로 했다.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 황석영씨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며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연수씨도 “사재기를 원하지도 않고 원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는 이날 사재기 의혹과 관련, “출판계와 독자에 대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자성의 뜻을 밝혔다. 출판인회의는 이번 의혹을 계기로 출판계의 잘못된 사재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신 벌금형으로 강화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사재기를 계속하는 출판사와 이를 조장하는 서점은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들의 사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생각의나무가 사재기 혐의로 출판인회의에서 제명된 일은 유명하다. 출판사들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 출판물 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가 사재기 혐의가 있는 도서 4종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문이당의 ‘아버지의 눈물’, 국일경제연구소의 ‘마법의 돈관리’, 비전코리아의 ‘정성’ 등을 공표했다.

지난해 말 출판사의 ‘사재기’ 관행을 고발한 북스피어 김홍민(37) 대표는 이날 “인터넷 서점에서 시행하는 베스트셀러 순위 경쟁에 노출된 출판사들은 모두 사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담론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신경 쓰는 만큼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사재기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행위라는 것을 잘 알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사재기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다. 당시 김 대표의 고발 내용에 자극받은 1인 출판사 가운데 일부는 “사재기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웃지 못할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재기에 대한 철저한 감시·조사 이외에 인터넷 서점 등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5-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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