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날 제정’ 등 69건 접수
국민의 적극적인 민주주의 참여를 위해 만들어진 입법청원 제도가 사실상 휴면 상태다. 지난해 5월 개원한 19대 국회의 입법청원 채택률은 현재까지 0%다.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대폭 수정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전부개정안(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청원)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국정조사(참여연대)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사안들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먼지만 앉고 있다.
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는 69건의 입법청원안이 접수돼 이 중 3건이 본회의 불부의(不附議) 처리로 결론났고 66건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272건이 접수돼 3건(1.1%)만 채택되고 203건(74.6%)이 자동폐기된 18대 국회나 432건이 접수돼 4건(0.9%)만 채택되고 316건(73.1%)이 자동폐기된 17대 국회보다도 저조한 성적이다. 청원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1차례 60일 연장 가능)에 청원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입법청원이 냉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의원들의 무관심이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 측은 “북한 문제 등 다른 큰 이슈가 생기면 의원들의 관심도 쏠림 현상을 보인다”이라면서 “민감한 외교 사안은 정부가 나서기보다 여론의 도움을 받아 청원의 모양새를 띠면 처리가 수월한데 여러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입법청원에 참여하는 의원들도 사실상 이름만 걸어놓을 뿐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하는 일이 드물다”면서 “지역구에서 재선하기에만 급급한 국회의원을 양산하는 현 정치 체계에서는 입법청원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성환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대다수 의원들은 여론의 비판이 두려워 하는 시늉만 낼 뿐 입법청원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원심사를 활성화하고 심사 없이는 청원안이 폐기되지 않도록 강제하는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법 개정안 청원에 참여한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은 “청원안이 그대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어떤 부분이 반영되거나 철회됐는지 명확히 기록을 남겨 정책정보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5-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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