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으로 변신한 특급 호텔 쉐프

서울시 공무원으로 변신한 특급 호텔 쉐프

입력 2013-04-20 00:00
수정 2013-04-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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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님은 요즘 건강을 위해 소식(小食)하고 계세요. 제가 해 드린 음식 중에는 게장을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17년간 특급호텔 쉐프로 일하다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입사해 5년째 시장단 만찬부터 간담회까지 각종 행사요리를 책임져온 권혁준(42) 주무관은 박 시장의 작은 식습관까지 꿰고 있었다.

한식을 전공한 권 주무관은 17년 동안 이태원 캐피탈호텔, 종로 세종호텔, 강남 임페리얼팰리스호텔 등에서 쉐프로 활동하다 2009년 친구 추천으로 서울시에 지원서를 냈다.

권 주무관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도 경찰, 처가 쪽도 검찰, 공무원 집안이라 저 혼자 요리한다니까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결국 저도 공무원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누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 3형제 뿐이었던 데다 부모님이 농사지은 쌀부터 오이까지 집안에 음식재료가 다양해 자연스럽게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방송사 요리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통해 ‘스타쉐프’가 속출하는 요즘이지만, 권 주무관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즐겁다고 강조했다. 호텔보다 서울시가 더 재밌고 보람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권 주무관은 “국회의원부터 외국 사절단까지 외부 손님이 왔을 때 시장이 구내식당으로 데려가면 처음에는 실망하다가 내가 만든 코스요리를 맛보고 다들 놀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격려도 큰 힘이 된다. 권 주무관은 “멀게만 느껴지던 오세훈 전 시장이 만찬 자리에 불러 손뼉을 쳐준 일, 박 시장이 귀한 손님이 올 때마다 직접 저를 자랑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1인당 최고 3만원 예산 내에서 대여섯 가지의 코스요리를 매번 새롭게 준비하는 게 빠듯하다고 한다.

권 주무관은 “대하찜 냉채, 메로구이, 자연산 송이 갈비찜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호텔에 있을 때는 전화 한 통이면 됐지만, 지금은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허락하는 한 요리할 수 있을 때까지 남고 싶다는 권 주무관. 조찬과 만찬 행사가 맞물리는 날이면 오전 6시에 나와 오후 9시가 훌쩍 넘어 퇴근하기 때문에 정작 집에서는 요리를 잘 못한다고 털어놨다.

“처음 결혼했을 때는 자주 했었는데 쉽지 않네요. 아내 생일 같은 날 집에서도 코스 요리 좀 선보여야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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