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건설업자 행적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52)씨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씨는 자금 문제로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재개발 사업에 나서는가 하면 회사 부도 상황에서도 고급 빌라 등을 시공해 분양하는 등 범상치 않은 사업 수완을 보였다.2000년대 초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에서 각종 건설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 밑천을 마련한 윤씨는 2001~2002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개발 지역에 고급 빌라를 직접 지어 분양했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 윤씨는 무리하게 빚을 내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빌라는 윤씨에게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싸게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몇몇 유명 인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분양이 되지 않아 사실상 공실 상태였다. 하도급 업체에 시공비 등을 주지 않는 대신 제공한 가구로 추정되는 집들은 잦은 가압류와 경매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 집은 두달 새 소유주가 두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주민 A씨는 25일 “윤씨가 은행 이자 등을 제때 내지 못하면서 집들이 경매에 넘어갔는데도 그다음 해 보란 듯이 뚝딱 다른 건물을 지어내 모두들 신기해했다”면서 “빈집에는 사채업계의 큰손이었던 부인 K씨의 친오빠와 친오빠의 동업자들이 임의로 들어와 살았는데 집들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모두 이사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시공한 빌라 18가구 가운데 분양이 되지 않은 5가구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로 사들인 뒤 계속 분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은행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분양 전 가압류 처리되거나 경매에 넘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2가구는 윤씨 부인 K씨의 소유였고 이 중 한 곳에서는 윤씨 부부가 1년 정도 직접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윤씨의 무리한 사업 확장은 계속됐다. 윤씨는 이어 2002년 반포동에 11가구로 이뤄진 빌라 한 채를 시공한 뒤 2003년에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지하 6층~지상 18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시행해 분양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 배임, 횡령 의혹 등 2010년까지 6차례나 민·형사 소송에 피소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결국 윤씨의 회사는 2006년 17억여원, 2007년 14억여원의 순손실을 보고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다. 용두동 상가 분양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 건물 피분양자 B씨는 “윤씨의 회사가 상가를 유치하겠다고 피분양자들에게 70억원을 걷어 갔지만 현재 빈 상가만 50%가 넘는다”면서 “윤씨 같은 사기꾼들이 노인과 부녀자들이 평생 모은 돈을 뺏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2013-03-26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