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에 꽃 핀 ‘힐링벽화’

유치장에 꽃 핀 ‘힐링벽화’

입력 2013-03-25 00:00
수정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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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예술대 미술학부 학생들 서대문署에 벽화10점 그려

미대생들이 유치장에 갇혀 불안에 떠는 사람들의 안정을 돕기 위해 지역 경찰서 유치장에 ‘힐링 벽화’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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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예대 미술학부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그린 벽화 10점이 24일 공개됐다. 경미범을 수용하는 유치장의 벽화 앞에서 한 경찰이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추계예대 미술학부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그린 벽화 10점이 24일 공개됐다. 경미범을 수용하는 유치장의 벽화 앞에서 한 경찰이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4일 추계예술대 미술학부 학생들이 그린 유치장 힐링 벽화 10점을 공개했다. 벽화는 추계예대 ‘벽화 동아리’ 회원 등 학생 7명이 재능 기부 차원으로 일주일간 작업해 지난달 완성됐다. 학생들은 여성전용방, 경미범 수용방, 출입문 등 유치장 시설의 기능과 수감되는 피의자 유형 등을 고려해 벽화를 그렸다. 여성전용방 한쪽 벽에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고 맞은편 벽에는 ‘세상을 믿으면 언젠가 나도 열매를 거두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시 ‘인생거울’과 시화를 채웠다. 경범죄자를 수용하거나 석방 직전 피의자가 잠시 머무는 경미범 방에는 잔잔한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씨 벽화를 그려 심리적인 동요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성이 수감되는 유치장 벽에는 넓은 들판에 서 있는 나무와 그 위를 나는 새를 그려 넣어 폐쇄감과 고립감을 최소화했다.

박동근(23) 추계예대 총학생회장은 “서대문경찰서로부터 ‘재능을 살려 벽화를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흥쾌히 응했다”면서 “수감자들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화려하지 않은 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캠퍼스가 있는 이 대학 학생들은 음악, 미술, 영상 등 전공별 전문성을 살려 지역 사회에 재능 기부를 꾸준히 해 왔다. 인근 아현역에 벽화를 그려 삭막했던 역사의 풍경을 바꿨고 매년 9~10월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오페라 공연도 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아동복지시설 등을 돌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축제 때 소음이 발생하는데 지역민들이 양해를 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학생들도 시민을 위해 재능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양화 전공인 배혜진(21·여)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도 자연스럽게 공연할 기회를 얻어 좋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예술인의 책무인 만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서대문서의 한 관계자는 “유치장에 갇히는 사람들은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라 피의자와 이들을 지키는 경찰관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힐링 벽화는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3-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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