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임기보장제 이후 2년 임기 채운 청장은 1명뿐
경찰 총수에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이 15일 내정되면서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까지 김기용 경찰청장이 유임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룻밤 사이에 뒤집어 진 결과다.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김기용 청장의 유임이 굳어지는 듯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도 용인 경찰대학 졸업식에서 김기용 청장을 만났으나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밤에 경찰위원회를 15일 긴급 소집한다는 소식과 경찰위원회 안건이 신임 경찰청장 임명동의안이라는 것이 전해지자 청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됐다. 강경량 경기청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퍼지기도 했다.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15일 아침 이성한 부산청장이 경찰위원회 출석을 위해 서울에 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기 경찰청장 내정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 내외부에서는 여타 권력기관장과 지역 배분을 맞추다 보니 지역색이 덜한 서울 출신의 이성한 청장이 낙점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김기용 청장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 뒤늦게 문제가 돼 청장 경질까지 가게 됐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로 김기용 청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또 한 명의 경찰청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경찰청장 임기보장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이다.
이후 9년간 2년이라는 임기를 지닌 경찰청장 7명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 전 청장 1명뿐이다.
최기문·허준영·어청수·강희락·조현오 전 청장 등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역대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권력기관장 중 하나인 경찰청장은 교체돼왔다.
어청수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임명됐는데도 출범 후 몇 달 만에 ‘촛불 시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기용 청장도 새 정부 들어 재신임설이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 다녔다.
김 청장은 이성한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경찰위원회가 소집되기 직전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정서가 강하다. 경찰청장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설마 지켜지겠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경찰대 출신인 강령량 경기청장이 이성한 청장에게 밀리면서 경찰대 1기들은 이번에도 청장 인선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조현오 전 청장과 경쟁에서 밀렸고 이강덕 해양경찰청장은 김기용 청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