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CCTV·피해학생 휴대전화 분석후 가해학생들 소환경찰, “부검 결과 외상 없고 추락사 추정”
학교폭력에 시달린 고교생 최모(15)군의 투신자살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경북 경산경찰서는 13일 “숨진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최군이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의 추가 폭력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최군 휴대전화와 학교의 CCTV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군의 휴대전화 및 컴퓨터, 친구들, 학교 관계자 등을 1차 조사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 본격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은 특히 최군의 휴대전화 통신수사 및 컴퓨터 등에서 피해상황과 가해학생의 범행내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경북대학교 법의학교실에서 최군 시신을 부검한 결과 폭행 흔적 등 외상을 발견하지 못한채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군이 다닌 경산의 중학교에는 모두 1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유서에 적힌 대로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최군이 다니던 청도의 모 고등학교 복도 및 건물 외벽에 설치된 CCTV도 확보, 폭행 정황을 입증할 수 있는 장면이 포착됐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또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 3명으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가운데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최군이 이달 입학한 고등학교에서도 몇몇 학생들이 “중학교 시절 (최군이 지목한) 가해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을 대상으로 최군이 폭행을 당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고교 담임교사를 상대로 최군의 입학 직후 생활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최군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작년에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서행동발달선별검사에서 정서 관심군으로 1차 분류됐다가 2차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져 교육당국의 관심대상 학생 선정절차가 치밀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최군이 다닌 중학교는 지난해 2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부모, 교사, 학생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필통(必通) 톡(Talk)’ 토크쇼를 시작한 곳으로 밝혀져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현장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학교가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장소로 변질하는 것이 한없이 개탄스럽다”면서 “사고 재발 시 관련자를 물색해 엄중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군 장례는 사건 발생 3일째인 13일 오전 유족의 오열 속에 치러졌으며, 유해는 대구 팔공산의 한 납골당에 안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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