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군의 고의성 여부 등 구체적 혐의입증 주력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미군 중 처음 경찰 조사를 받은 C(26) 하사가 4일 자신의 혐의를 시인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관심이 집중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C 하사는 조사에서 “비비탄총을 쏘고 경찰 검문에 불응해 차를 타고 도주한 것이 맞다”며 혐의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사건 당일 D(23) 상병이 모는 차에 C 하사와 같이 탄 F(22·여) 상병도 조사를 받으려고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관이 쏜 총알의 유탄에 맞아 미8군 영내 병원에 입원 중인 D 일병에 대한 조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경찰은 C 하사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에게 적용할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이들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이제는 범행의 고의성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는 피의자의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미군이 의도적으로 경찰관을 노리고 들이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살해할 의도로 돌진했다면 살인미수 혐의의 적용도 가능하다.

일단 이날 조사를 마친 미군들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미군 헌병대가 이들을 구금한다. 미 헌병대가 이들의 신병을 관리하지만 우리 경찰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조사에 응해야 하고 출국도 금지된다.

경찰은 미군 측이 이번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만큼 구속영장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필요하다면 앞으로 이들을 언제라도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해 수사를 마무리하면 경찰은 미군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검찰에서 다시 수사한다. 이때도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없으면 피의자들은 미 헌병대에 구금된 상태에서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C 하사가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더 조사해야 한다”며 “아직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남아 있지만, 범행을 시인한 만큼 이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