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이사장, 대통령 취임일 왜 전격 사임했나

최필립 이사장, 대통령 취임일 왜 전격 사임했나

입력 2013-02-26 00:00
수정 201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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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땐 사퇴압박에도 정치 휘말릴까 꿈쩍 않아 장물 논란 등 잠재우기 위해 ‘시점’ 잡아 실행한 듯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일인 25일 저녁 돌연 사임한다고 선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이사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팩스 전송문에서 “지난 대선 기간에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며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최 이사장은 야당의 거센 사퇴공세에도 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채 자리를 지켰다.

당시 태도에 비춰볼 때 이날 전격적인 사임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1개월가량 남겨둔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정수장학회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국가의 강압에 의해 강탈한 ‘장물’로 여전히 박근혜 후보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사회에 환원하라’는 공세를 펼쳤다.

대선 정국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박근혜 후보는 장학회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맞서면서도 여론에 부담을 느낀 듯 최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당시에도 “지금 현재 누구도 이사장직에 대해 ‘그만둬야 한다’ 혹은 ‘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이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최 이사장이 이전부터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대신 그동안 사임 의향을 외부로는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즉, 끊임없이 이어져 온 ‘장물 논란’ 등을 잠재우기 위해 어느 시점에선가 사퇴 결심을 마음속에 굳혔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사퇴 시점을 취임 당일로 잡은 것은 그가 밝힌 사퇴의 변처럼 자칫 정치권에 말려들어 (박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하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자신이 정수장학회에 관여하고 있을 경우 언제든 야권으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새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장학재단은 정치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저희 장학회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최 이사장은 평양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인 1974년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지냈으며 1980년대 리비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설립했을 당시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박 대통령 일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2005년부터 박 대통령에 이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아왔다.

한편, 최 이사장의 사퇴 결정으로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가 다시 한번 쟁점화할 전망이다.

신임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감독청인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결정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장학재단 이사장의 퇴임은 별다른 조건 없이 본인 의사만으로 가능하다”며 “신임 이사는 취임승인 요청을 해오면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한 후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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