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조합신청 반려사태와 유사…해직 조합원 인정 여부 쟁점화고용부 새 장관 취임 후 전교조 문제 결정할 듯
고용노동부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적지위 박탈 가능성을 밝히자 노동계가 공동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은 해고자 복직 문제와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에 함께 대처하기 위해 공동투쟁본부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법외노조화가 임박한 전교조의 상황이 2009년 이후 전공노가 겪은 일련의 사태와 유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전공노도 해직자 문제로 법외노조화 = 단일 노조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전공노는 2009년 10월 ‘해직자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아 법외노조가 됐다.
전공노는 민주공무원노조 및 법원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통합노조로 재출범해 2009년 12월과 2010년 2월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를 냈지만 해고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반려당했다.
지난해 3월 세 번째 설립신고를 냈지만 강령과 규약 전문에 있는 ‘정치적 지위향상’, ‘민주사회 통일조국 건설’ 등의 표현을 사유로 다시 반려됐다.
다른 사유로 노조 설립이 무산되자 전공노는 현재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다시 규약에 포함한 상태다.
전공노 정책실 관계자는 “해직자 문제는 결국 공무원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꼬투리 잡기’에 불과했다”며 “해직자의 조합원 인정 문제를 걸고 들어가자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노조가 많지 않을 것”이고 말했다.
전공노는 현재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자 130여명에게 생계지원을 하고 있다.
◇ 설립신고 반려 사태 전교조서 재현되나 = 해직자 관련 규약 개정을 거부한 전교조는 전공노가 2009년 처한 상황과 비슷한 처지다.
전교조는 현재 노조활동으로 해직된 교사 20여명에게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고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시국선언으로 해직당한 교사가 가장 많고 이밖에 주경복 전 서울교육감 후보와 관련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해직된 교사, 사학재단 관련 투쟁으로 해직된 교사 등이 있다.
가장 오래된 해직자는 사학투쟁 관련 해직 교사로 2004년부터 생계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무죄 확정판결이 늘고 있어 전체 해직 교사 수는 주는 추세다.
전교조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조합원 기본급의 0.8%인 조합비 중 일부를 피해자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 해직자 노조원 인정 여부 쟁점화 = 전교조는 23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고용부의 규약 시정명령을 전교조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해 전공노와 공동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또 현행 해직자의 조합원 인정을 배제한 공무원(교원)노조법 시행령의 개정을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은 노조 설립신고서의 반려 사유가 발생할 경우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가 아님’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10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의 권고 등을 들어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 해고된 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괄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 결정을 수용하면 국내 법체계의 정합성이 흔들리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4월 노조설립 신고제와 관련해 전공노가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해 고용부의 입장을 뒷받침해줬다.
고용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신임 장관이 취임한 후 전교조 문제 처리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는 단체협약체결권을 상실하고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노조법상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또 사용자인 교과부·교육청으로부터 사무실 임대료 등도 지원받을 수 없게 돼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나아가 공무원은 공무 또는 노조활동이 아니면 집단활동이 금지된 만큼 전교조의 모든 집단활동은 원칙적으로 불법활동이 된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규약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법외노조화 가능성이 가시화되면 각 지부·분회 단위 비상총회를 통해 조합원 의견을 모으고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종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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