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부장판사 재판 화제
지난해 3월 14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성폭력 피해자 A씨가 증인석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김종호(46·사법연수원 21기·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판사는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줄까요”라며 A씨를 다독였다.김종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A씨는 수치심을 못 이기고 “이 사건 이후 제 자신이 존엄하지 않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판사는 A씨에게 “유무죄를 떠나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픔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B씨는 이후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준강간 사실이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이날 재판을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한 우수 사례로 선정하고 김 판사에게 디딤돌상을 수여했다. 김 판사는 24일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판사는 피해자 배려가 쉽지 않은 만큼 수사기관에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2013-0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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