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충적층 개발권만 따냈을 뿐…나머지는 허구”박영준·조중표 ‘혐의없음’…배후 의혹 못 밝혀내
검찰이 19일 CNK 오덕균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관련자 5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1년 넘게 끌어온 CNK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일단락됐다.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은 현지 광산의 매장량을 부풀리고 외교통상부 명의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의 결론이다.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는 외교부 내부의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보도자료 배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대의 다이아몬드 스캔들 = CNK 의혹의 발단은 외교부가 2010년 12월17일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자료는 증권가에서 설왕설래했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의 사업성을 정부가 ‘공인’해줬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당연히 주가가 치솟았다.
주가 급등 시기에 CNK 임직원들이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부가 발표한 추정 매장량도 근거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외교부가 한 차례 더 보도자료를 냈음에도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자 외교부와 국회는 각각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결과 김 전 대사가 주도해 허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사의 동생과 측근도 정보를 입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과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월말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자들을 전원 출국금지하고 CNK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작년 1월30일 외교부 청사를 사상 처음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CNK 임직원을 비롯해 이호성 전 카메룬 대사,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을 차례로 불러 의혹 실체 규명에 주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후 발이 묶였다.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주범인 오덕균 대표가 수사 개시 직전 카메룬으로 출국해 버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오 대표를 송환하려고 여러 채널을 통해 설득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범죄인 인도청구 등 강제소환 조치도 취했으나 소득이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죄다 오 대표에게 책임을 돌려 수사 진척에 애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허구로 드러난 카메룬 광산 = CNK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 매장량이 4.2억 캐럿이라고 홍보했다. 근거로 유엔개발계획(UNDP)과 국립대 탐사팀 자료를 들었다.
CNK 측은 카메룬 정부가 엄격한 대조검사를 통해 매장량을 인정해줬고 곧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떠들어댔다.
그러나 추정 매장량은 객관적 탐사결과에서 나온 게 아니라 CNK 측이 임의로 추린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UNDP 자료에는 매장량 언급이 전혀 없고 국립대 탐사팀도 탐사한 사실이 없으며, 카메룬 정부도 대조검사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CNK가 다이아몬드 부존 여부를 정밀 탐사할 인력·장비는 물론 자금도 부족해 제대로 된 자체 탐사를 할 능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카메룬 정부가 CNK에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CNK의 주장과 판이했다.
카메룬 정부는 다이아몬드 부존량 4.2억 캐럿 중 0.4%가 있다는 충적층 개발을 허가하되, 나머지 99.6%가 분포돼 있다는 역암층에 대해서는 즉시 개발이 아니라 3년간 정밀탐사 의무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적층은 수십년 전부터 원주민이 사금 채취 방법으로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고 있는데 잔존량이 미미해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CNK는 경제적 가치가 극히 미미한 개발권을 획득한 것에 불과한데도 가치를 수백억원으로 과대포장해 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남는 의혹은 = 검찰은 김 전 대사가 보도자료를 2차례 배포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 대사가 직접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CNK의 사기극에 가담했을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김 전 대사는 “국익차원에서 오덕균 대표를 믿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NK 의혹의 중심에 섰던 조 전 실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수사도 한계를 드러냈다.
박 전 차관은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카메룬을 방문했을 때 ‘CNK를 격려ㆍ지원하려고 왔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CNK 의혹의 배후로 지목됐다.
조 전 실장은 퇴직 후 CNK 고문으로 옮겨 외교부 차관 출신인 그가 보도자료 배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그러나 조 전 실장이나 박 전 차관에 관련된 의혹이 입증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 대해 “카메룬 현지에도 가는 등 관여한 부분이 있지만 직접 범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한국에 유익한 광산개발이 임박했다고 해서 한 번 같이 가게 됐다는 취지로 소명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일단 수사를 종결했지만, 오덕균 대표의 신병이 확보되면 언제든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