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에 비난 쏠리자 심적 압박 받은 듯

朴에 비난 쏠리자 심적 압박 받은 듯

입력 2013-02-14 00:00
수정 2013-02-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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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돌연 사퇴 배경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지난달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로 평가된다. 잇따라 쏟아진 의혹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 후보자를 관통해 박 당선인에게 향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1~22일 인사청문회에서 분당아파트 위장전입 의혹, 장남 증여세 탈루 의혹, 공동저서 저작권법 위반 의혹, 업무추진비 주말 사용,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조차 무산됐다. 참여연대 등은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에 대해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국회 표결 전에 사퇴할 경우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버티던 이 후보자가 돌연 사퇴한 배경으로 박 당선인의 지지율 추락과 차기 정부 조각 발표를 꼽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대통령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도되면서 그 배경으로 이 후보자 인사 문제가 거론됐는데,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이날 새 정부 조각 발표를 보면서 계속 버티다간 새 정부 전체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급히 사퇴를 발표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법조계에서도 ‘가장 오른쪽’으로 꼽히는 보수 인사로, 지명 당시부터 법원과 헌법재판소 내부의 반발이 컸다.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퇴임한 이강국 전임 소장은 퇴임 직전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을 통해서라도 헌재 소장 임명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이 후보자 지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전 소장은 헌재의 중립성·독립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소장 선출 방식을 국회 선출 또는 재판관 호선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 사퇴 직후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부담을 줄 뻔한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사필귀정이며 국민 모두를 위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중요기관 수장이 지녀야 할 도덕적 자격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 국민적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자격 미달 후보를 추천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를 합의해 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를 이끌 새 후보군으로는 목영준·민형기·조대현·이공현 전 재판관과 대법관 출신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3-02-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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