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 달고 점수 받는 ‘이상한 봉사활동’

인터넷 댓글 달고 점수 받는 ‘이상한 봉사활동’

입력 2013-02-14 00:00
수정 2013-02-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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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댓글 달기 취지와 달리 의미없는 글 쓰기도

최근 2학기를 마친 중·고교생들이 봄방학을 활용해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상 기사나 게시물에 댓글만 달면 봉사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손쉬운 방법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수 있어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것이 봉사활동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댓글 달기를 봉사로 인정해 주는 학교가 전체의 3분의1에 그쳐 학교마다 다른 인정 기준 역시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선플달기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인터넷상 기사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그 내용을 복사해 사단법인 선플국민운동본부 사이트에 올리면 20개당 일주일에 최대 1시간씩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온라인상에서 악성 댓글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해 착한 댓글을 달자는 취지로 시작된 시민사회 캠페인을 학교 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초등학생 40자, 중학생 50자, 고등학생 60자 이상의 선플을 달아야 한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광고성 기사에 의미 없는 댓글을 달아놓는 경우도 많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들이 복지시설이나 공공기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대신 손쉽게 인터넷 댓글을 다는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학생들은 ‘가수 소녀시대 평균 나이 24.5세’라는 제목의 기사에 ‘소녀시대는 영원한 소녀시대죠. 항상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2000만원짜리 럭셔리 스마트폰’이라는 기사를 가져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저렇게 쓸데없는 것은 살 필요가 없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상당수가 연예인 관련 기사나 상품 홍보와 관련된 기사가 많다. 익명성을 이용해 학생의 아이디로 부모나 형제가 대신 댓글을 달아주거나 다른 사람의 댓글을 그대로 복사해 올리는 꼼수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선플운동본부측은 “댓글만 달면 무조건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선플본부의 1차 검증과 선플지도교사의 2차 심사를 거쳐 부적합한 내용과 형식의 글은 반려된다”고 설명했다.

학교마다 다른 봉사활동 시간 인정기준도 논란이다.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학교는 서울지역 기준 전체 1292개 학교 가운데 417개교로 32.3%에 그친다. 중학교가 78.6%로 가장 많고 초등학교의 경우 1.85%의 학교만이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한다. 각 학교장이 봉사활동 취지에 맞는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봉사시간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한 중학교의 교감은 13일 “최근 청소년들의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취지이긴 하나 인터넷 활동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평택 한광고 선플누리단을 지도하는 윤상용 교사는 “인터넷과 뗄 수 없는 시대에 온라인 상에서 바른 말을 확산하는 선플운동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공부와 동시에 온라인 공간을 정화하는 봉사활동”이라면서 “최근 여야 국회의원 293명이 선플운동 확산에 동참하는 등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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