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말에… 서울대 논문조작 솜방망이 처벌

“몰랐다” 말에… 서울대 논문조작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3-02-02 00:00
수정 2013-02-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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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위 “의도 없었다” 결론… 강경선·김상건 교수 엄중경고

지난해 한국 학계를 뒤흔든 서울대 교수들의 잇단 논문조작 사건에 대해 서울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강수경 수의대 교수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을 뿐, 강경선 수의대 교수와 김상건 약대 교수는 사실상 ‘면죄부’에 해당하는 연구진실성위원회 차원의 엄중경고에 그쳤다. 연구의 모든 책임을 지고,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가 주어지는 교신저자들의 ‘몰랐다’라는 해명을 받아들인 데 대해 학계의 비난이 거세다. 서울대 진실성위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진실성위는 지난달 31일 “강경선 교수가 2011년과 2012년 국제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교신 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연구 부적절행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진실성위는 김상건 교수의 2011년 논문 두 건에 대해서도 연구 부적절행위로 판단하면서도, 두 교수 모두 의도가 없었고 관리의 소홀함에 불과했다고 보고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4편의 논문이 다른 공저자의 조작이나 실수에 의한 것으로, 교신저자는 관리감독의 책임만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서울대조사위원회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에 대해 황 전 교수가 직접적으로 논문 조작을 주도하지 않았지만, 교신저자로서의 책임을 물어 파면한 것과는 상반되는 판단이기도 하다. 엄중경고는 강의시수나 연구비 수주 등에 아무런 제재가 없는 형식적인 처분에 불과하다. 두 교수 모두 정년보장 교수로 경고로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피해인 승진심사 불이익조차 해당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황당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교신저자가 연구윤리를 위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판단은 말도 안 된다”면서 “논문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권한과 책임, 의무를 모두 동시에 진다는 뜻이고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저자의 책임을 나눠서 묻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 출신으로서 서울대의 결정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신저자는 연구 책임자로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 “조작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대의 한 교수는 “김 교수의 경우 이미 같은 사건으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는데, 같은 방식의 주장을 반복하고 또다시 빠져나가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했다. 논문조작 사건으로 타격을 받은 서울대가 중징계가 불가피한 강수경 교수를 본보기로 삼아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진실성위가 17편의 논문조작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강수경 교수는 정직이나 파면 수준의 중징계가 확실시된다. 수의대의 한 교수는 “강수경 교수는 사건 초창기부터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학내에서 여론이 더 좋지 않았다”면서 “반면 서울대 출신인 강경선 교수와 김 교수에 대해서는 동정론이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2-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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