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내라, 부모재산 써라… 기간제 교사들 지원부터 차별

가족사진 내라, 부모재산 써라… 기간제 교사들 지원부터 차별

입력 2013-01-22 00:00
수정 2013-01-2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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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들 새학기 앞두고 도 넘는 서류심사

기간제 교사 지망생인 김모(29·여)씨는 최근 각 학교의 구인 공고를 살펴보다 실소를 했다. 지원 자격과 제출 서류를 챙겨 보며 학교를 고르고 있던 차에 ‘가로 15㎝, 세로 10㎝ 이상의 가족사진 1장 이상’을 이력서와 함께 내라는 공고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학기부터 기간제 교사로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지난 한 해 동안 거의 70곳에 가까운 학교에 지원하면서 신체 사이즈와 재산 규모를 적어 내라는 학교는 많이 봤어도 가족사진까지 요구하는 곳은 처음”이라면서 “내 실력보다 집안 배경을 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아 미련 없이 지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1일 일선 학교와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오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기간제 교사 모집이 한창인 가운데 상당수 학교가 이와 같이 차별적인 모집 공고를 내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교사 지원자들은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을’(乙·약자)의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력서 빈칸을 채우고 있다.

지원자의 신체 사이즈나 재산 규모를 물어보는 경우는 흔하다. 경기도의 S중학교는 2013학년도 1학기 국어과 기간제 교사 모집 이력서에 지원자 본인과 부모의 동산, 부동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적게 했다. 가족사진 제출을 요구한 부산의 H 중·고교 역시 현재 거주하는 집의 건평과 대지가 얼마나 되는지, 부모의 직업·직위를 적는 칸을 마련했다.

상당수 학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모두 자필로 적게 하고 있다. 지원서와 서류를 제출할 때 우편 접수를 금지하고 반드시 학교 행정실을 방문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임용고사 통과 뒤 성적과 주소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 공립학교 교사나 한 번 지원해 합격하면 기한 없이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사립학교 정교사에 비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수십 곳의 학교에 원서를 내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처지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칠판에 판서할 때 교사 글씨가 엉망인 것도 문제가 있어 자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사 지원서에 신체 사이즈와 가족의 재산, 학력, 직장 지위 등을 적는 것은 이미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의 차영란 공동대표는 “지원서에 재산 규모나 부모님 지위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채용한 이후 학교발전기금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장치”라면서 “수많은 지원자들이 부당함을 느끼고 있지만 한 번에 수십 곳씩 지원서를 내는 교사 지망생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기간제 교원의 선발과 임용 등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면서 “사립학교의 경우 ‘계약제 교원운용지침’을 준용할 뿐 채용권은 법인에 있어 구체적인 사항에까지 관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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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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