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법관제 등 부담 분석
다음 달 초 정기인사를 앞두고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잇달아 사표를 내면서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8일까지 사의를 밝힌 고법 부장판사는 모두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년의 2~3배 수준으로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다. 각급 법원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14~16기에서 각 1명씩, 현재 고법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17기에서 5명이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2명, 2011년에는 4명의 고법 부장판사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이들이 밝힌 사직 이유는 다양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확대 시행 중인 대등재판부와 다음 달로 시행 1년을 맞는 평생법관제 등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등재판부는 1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로 구성된 기존 재판부와 달리 고법부 내 경력이 비슷한 판사 3명이 합의하는 재판부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중에서 상급 법원장이 승진하지 않고 고등법원에서 재판업무를 계속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할 자리가 줄면서 인사적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의를 표명한 A 고법 부장은 “다들 개인적 사정이 있겠지만 우선 업무가 너무 많아 지쳤다”며 “나이 들다 보니 지치고, 일을 하자니 힘들고 안 하자니 후배들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사표를 낸 B 고법 부장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고민 끝에 사퇴하기로 했다”면서 “대등재판부나 평생법관제와는 전혀 관계없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변호사로 개업해 내가 하고 싶은 사건만 맡기 위해” 등도 사직 이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사표를 낸 법관의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이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도중에 사의를 철회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인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법관제나 대등재판부 확대 등이 사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평생법관제 등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없애는 동시에 고위직 판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십년간 법관으로 지낸 분들이 단순히 그런 제도 탓에 사직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법원장과 고법 부장 인사는 다음 달 14일, 지법 부장과 평판사 인사는 다음 달 25일 각각 이뤄질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01-09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