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판결에 체념한듯 담담

‘화학적 거세’ 판결에 체념한듯 담담

입력 2013-01-03 00:00
수정 2013-01-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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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의 한 법정.

검찰이 처음으로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청구한 표모(31)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는 법정 방청석에는 4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방청객 중 취재진이 절반에 달했다.

오전 10시 정각 김기영 부장판사가 두 명의 배석판사와 입장, 기록부에 기재된 사건 번호와 피고인의 이름 등을 읽어내려 갔고 표씨를 법정에 출석시켰다.

변호사 없이 혼자 출석한 표씨는 수의를 입고 짧은 머리에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재판장을 향해 선 채로 판결 내용을 듣고 있던 표씨는 체념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당초 선고가 예정됐던 1주일 전에는 탈진증세로 재판에 출석하지 못해 선고가 이날로 연기됐다.

재판장은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표씨는 예상보다 형이 무겁다고 느낀 듯 고개를 살짝 떨구며 몸을 움츠렸다.

재판장은 이어 “약물치료가 피고인의 과다한 성적 환상과 충동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증으로 보여 치료 3년을 명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국내 첫 ‘화학적 거세’ 치료를 명령하는 판결이 나온 순간이었다.

재판장은 전자발찌 부착 20년, 정보공개 1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가 판결을 읽어내려간 약 15분간 법정에는 재판장의 목소리와 20여명의 취재진이 노트북 컴퓨터 자판에 판결 내용을 받아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표씨는 아무 말도 없었다.

선고가 끝나고 “들어가십시오”라는 재판장의 말에 표씨는 천천히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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