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 육류 100g 표시? 처음 듣는데요”

“메뉴판에 육류 100g 표시? 처음 듣는데요”

입력 2013-01-02 00:00
수정 2013-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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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달라진 제도… ‘우왕좌왕’

새해부터 실생활 속 바뀌는 제도가 많지만 정부의 홍보부족 등의 탓에 정작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최종가격 제시·육류 100g 단위 표시 ▲반려견 등록제 ▲최저임금 시행 ▲아날로그 방송 종료 ▲군 계급별 복무기간 변경 등에 대해 1일 시민 목소리를 들었다.

올해부터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육류는 메뉴판 등에 100g당 가격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고깃집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100g당 가격을 표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 “처음 듣는 이야기” “왜 그렇게 바꿔야 한대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적어놨다”고 밝힌 A 식당도 메뉴판에는 고기 종류·부위에 따라 170g, 250g 등 1인분을 표시하는 식이었다.

주인들은 1인분이 몇 g인지 표시해 놓았을 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인 100g으로 표시해야 하는 건 전혀 몰랐다. 보건복지부는 위반 시 1차 시정명령, 2차 영업정지 7일(과징금 대체 가능)을 적용한다.

식당·카페·술집도 부가세와 봉사료 등을 모두 최종가격을 포함해 써야 한다. 부가세와 봉사료를 각각 10%씩 받는 고급음식점은 대체로 최종가격 표시를 시행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의 C 호텔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미리 부가세와 봉사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안내해 오고 있다”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놀라는 손님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메뉴 가격을 내니 편리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3개월 이상 된 개를 키우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동물 대행기관에서 이름·연락처·번호 등을 등록해야 하지만, 역시나 행동에 나선 사람은 적었다. 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는 박진규(44)씨는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고 유기견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애견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크로칩을 강아지 몸에 넣는 게 부담스럽고, 칩이 중국산이라는 얘기까지 떠돌아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집집마다 방문해 등록 여부를 검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윤철(33)씨도 “얼핏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등록은 하지 않았다”면서 “유기견을 줄이자는 목적인 듯한데 나처럼 강아지를 애지중지 키우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등록을 안 하면 최대 4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해 하긴 하겠지만 꼭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적이나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시간급 기준)이 4580원에서 4860원으로 오른다는 소식도 전해듣지 못한 이가 많았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7년째 상담업무를 맡은 스리랑카인 푸쉬파 프레마랄(42)은 “최근 하루 50~60통씩 최저임금과 관련한 상담전화를 받았는데 회사에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해 문의전화를 한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적은 인상폭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프레마랄은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더 돈을 많이 부칠 수 있어 기쁘지만 뛰는 한국 물가를 감안하면 낮은 인상 폭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휘경동 C아파트 경비원인 김동진(57)씨는 “재취업이 힘든 나이라 그나마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올랐다는 최저임금만으로는 두 식구도 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종료됨에 따라 먹통이 된 TV를 보고 당황해 하는 일도 속출했다. 서울 강남구 임대주택에 홀로 사는 윤모(72·여)씨는 “TV를 켜는데 듣기 싫은 지지직 소리만 나오고 멀쩡했던 화면이 검게 변했다”면서 “그나마 TV보는 게 낙인데 적적해서 오늘은 라디오만 들었다”고 했다. 경기 분당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80)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셋톱박스를 설치했는데 오늘 아침 TV가 안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콜센터에 전화해도 문의가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게만 했다”고 전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1-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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