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또 대형 금융사고…1000억대 입찰 날려

농협 또 대형 금융사고…1000억대 입찰 날려

입력 2012-12-10 00:00
수정 201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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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61억원 마감시간 지나 이체 시도 결국 미납으로 무효 처리

농협은행이 기업의 입찰보증금을 은행영업 마감시간까지 처리하지 않아 해당 기업이 1000억원대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가 터졌다. 거액 거래의 경우 다른 은행들은 일선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따로 고지하는 등 이중삼중의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농협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불안한 전산망이 또 사고를 야기했다. 금융 당국은 곧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6일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7512대의 버스광고를 전담하게 되는 대형 수주전이었다. 서울신문사 등 총 7곳이 1200억~1300억원대의 금액을 써내며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응찰이 유효하려면 입찰가액의 5%를 입찰 마감시간 전까지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입찰 마감은 통상 은행영업 마감시간인 오후 4시다. 서울신문사는 입찰가격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6일 오후 3시 35분에 61억원의 보증금을 우리은행 서울 무교지점을 통해 입찰보증금 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으로 보냈다.

일반 자금이체는 은행 간 전산망을 통해 직거래가 가능하지만 10억원이 넘는 거액은 한국은행을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일단 농협은행 본점 자금부로 돈을 보내면 본점에서 일선 지점으로 다시 보내주는 방식(지준 이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61억원의 입찰보증금을 건네받은 농협 자금부는 이를 3시 42분쯤 인천영업점으로 보냈다. 하지만 정작 인천영업점 담당자는 이 돈을 처리하지 않았다. 4시 3분쯤에야 농협 측은 실수를 깨닫고 부랴부랴 보증금을 전용계좌에 이체하려 했으나 이때는 이미 입찰시스템이 닫힌 뒤였다. 입찰은 정확히 4시에 마감됐다.

서울버스운송조합은 이튿날 낙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신문사는 보증금 미납으로 무효처리됐다.’고 밝혔다.

안창섭 서울신문사 사업단 부장은 “서울신문사는 20년 넘게 시내버스 외부광고를 도맡아 해 와 이번 수주전에서 가장 강력한 낙찰 후보 중의 하나였다.”면서 “이런 기업이 은행의 어이없는 실수로 아예 입찰전에 참여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30년 가까이 은행원 생활을 했지만 이런 황당한 사고는 처음 본다.”면서 “설사 창구직원이 실수하더라도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거액 지준 이체 때는 반드시 해당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알리도록 돼 있는데 농협은행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태재 농협은행 부행장은 “일선 영업점 직원이 본점에서 돈(서울신문사 입찰보증금)이 들어온 사실을 몰랐던 데다 업무가 바빠 마감 전까지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공교롭게 내부통신망 오류로 ‘자동알림’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형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농협은행 내부시스템의 문제이든, 직원의 업무처리 미숙이든 반드시 따져 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i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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