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고문 ‘공안통치 현장’ ‘인권의 요람’으로 재탄생

감금·고문 ‘공안통치 현장’ ‘인권의 요람’으로 재탄생

입력 2012-12-04 00:00
수정 2012-12-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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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옛 안기부 터의 변신

서울 남산의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터가 내년에 인권 공간으로 바뀐다. 옛 안기부 건물과 터에 표지판이 설치돼, 남산이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공안통치의 본산’이었음을 알린다. 현재 남산에는 과거에 고문 등 국가폭력이 자행된 공간임을 알리는 흔적이 전혀 없다. 서울시는 표지판 설치를 시작으로 남산을 향후 인권·현대사 교육의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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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시와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남산 안기부 터에 내년 표지판을 만들기 위해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안기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중앙정보부(중정)라는 이름으로 만든 뒤 30년 넘게 남산에 위치해 있다가 1995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했다. 이후 많은 건물이 보안상의 이유로 폭파·철거됐지만 10개 남짓한 건물은 서울유스호스텔(안기부 남산 본관), 서울시 남산별관(제5별관), 서울시 도시안전본부(6국), 서울시소방재난본부(유치장) 등으로 사용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과 터가 과거 중정·안기부 시절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등을 적을 방침”이라면서 “건물에서 일어난 고문 같은 현대사적 사건도 서울시 인권위원회, 인권단체 및 학계 전문가와 논의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기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 없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된 사건만 기록할 방침이다.

시는 또 표지판이 세워진 옛 안기부 건물·터 등을 잇는 ‘인권 탐방로’도 조성한다. 남산 입구인 퇴계로 교통방송 옆 주자파출소 터(안기부 면회 장소)와 남산 중턱의 서울유스호스텔까지 잇는 탐방로 가장자리에는 유엔 세계인권선언문의 전문과 조항이 새겨진 계획이다. 시는 탐방로의 명칭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 정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남산을 인권 교육의 공간으로 조성하게 된 것은 “비극적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안기부 터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과다. 특히 인권재단 ‘사람’과 안기부 고문 피해자 등은 지난 6월 “남산 안기부 터에 인권·평화의 숲을 조성하자.”는 시민청원서를 제출했다. 박래군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은 “표지판 설치는 고문 등 지워져 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면서 “근·현대사의 고문 현장이었던 남산과 남영동(옛 경찰청 대공분실 터), 독립운동가들이 일제 강점기 때 고초를 겪은 서대문형무소 등을 묶는 기행로 조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탐방로뿐 아니라 옛 안기부 건물 내부를 견학하는 프로그램 마련도 서울시에 건의했다.

1989년 방북 사건으로 안기부 제5별관(현 서울시 남산 별관)에서 고문당했던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은 “고문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남기는 것이 부끄럽다고 여겨 국가가 그동안 숨기려 했지만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안기부 터 등을 반드시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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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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