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검사 비리의혹 놓고 사상초유 ‘이중수사’

檢-警, 검사 비리의혹 놓고 사상초유 ‘이중수사’

입력 2012-11-11 00:00
수정 2012-11-11 10:3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검찰이 경찰 수사 빼앗는 모양새…비난여론 거셀 듯

경찰이 파헤쳐온 현직 검찰간부 비리의혹에 대해 검찰이 특임검사를 내세워 수사에 착수하고 경찰도 독자적으로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해 같은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현직 검찰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지난 9일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특임검사로 지명된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검찰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지난 9일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특임검사로 지명된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양대 수사기관의 ‘이중수사’로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또 수사주체의 정당성과 법리를 둘러싼 논쟁으로 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 속에 수사 자체는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이 사건이 결국 특임검사의 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및 경찰의 수사준칙에 대한 규정’(이하 검사의 수사지휘 대통령령)에 따라 검찰이 송치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비리를 검찰이 내부에서 수사하겠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빼앗는 모양새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될 여지도 많아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 매머드급 특임검사팀 VS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1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이 있는 부장검사급 검찰간부 A씨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자 총력체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같은 사건에 대해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할 경우 통상 검찰 지휘에 따라 경찰이 사건 송치 여부를 결정해왔다.

따라서 이같은 ‘이중수사’는 사실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은 차장급 특임검사 1명, 부장급 검사 1명, 검사 8명, 수사관 15명으로 수사팀을 편성해 하루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앞선 특임검사 수사팀의 검사 수가 4~5명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매머드급’ 규모라 할 수 있다.

경찰도 최정예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13명을 투입, 휴일도 반납하고 수사를 계속했다.

경찰은 특히 특임검사 출근 첫날인 10일 A검사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A검사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에 석연찮은 뭉칫돈을 보낸 5~6명의 인사에게도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수사 의지와 함께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 내사·수사 개념 두고 ‘충돌’ = 검찰과 경찰은 법적으로 의미가 규정되지 않은 ‘내사’라는 용어를 두고 수사권 조정 갈등 이후 다시 한번 격돌했다.

검찰은 경찰이 현재까지 진행해 온 조사를 ‘내사’로 보고, 이제 수사는 검찰이 맡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수사개시권을 가진 경찰이 정작 특임검사가 지명된 이후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반면 경찰은 조희팔의 은닉 자금을 추적하던 도중에 A검사의 비리 혐의를 포착했고, 차명계좌를 A검사에게 양도한 혐의로 사업가 최모씨를 이미 입건한 만큼 이 사건은 이미 수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검·경이 이처럼 수사와 내사라는 구체적인 용어를 들며 다투는 것은 수사권 논란이 인권침해 소지 등과 관련돼 있어 명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지휘 대통령령 제78조 1항은 동일한 사건을 2개 기관이 수사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현저할 때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도록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수사지휘를 맡게 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런 규정을 근거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을 특임검사에게 넘기라고 송치 지휘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경찰은 이미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같이 건드려 이중수사 상황을 만든 것이므로 지휘에 응할 수 없다는 대응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특임검사로 송치돼도 정당성 논란 =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구도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결국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내놓으라고 하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던 것으로 안다”면서 “검찰에 수사 지휘권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단체 관계자는 “내사든 수사든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 “다만 누구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찰의 특임검사 지명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사의 수사 지휘 대통령령 78조 2항은 1항에 따라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은 때는 즉시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검사의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는 상황에서 이를 검사가 수사해야 더 공정하고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다는 검찰의 논리가 국민 정서에도 먹혀들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의 비리를 검찰이 스스로 수사한다는 데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이 자신 있게 경찰에서 전적으로 수사하고 해당 검사의 범죄혐의가 밝혀지면 처벌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검사 비리를 검찰이 가져가겠다는 것은 검사 집단을 수사의 성역으로 두겠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국민보다 검찰 조직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