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기부 ‘아낌없이 주는 노년’

아파트도 기부 ‘아낌없이 주는 노년’

입력 2012-11-09 00:00
수정 2012-11-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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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어린이재단에 매월 30만원씩 후원 양애자 할머니

20년간 불우 어린이를 돕다가 치매에 걸린 구순(九旬)의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기고 싶다.”며 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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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재단에 아파트를 기부한 양애자(왼쪽) 할머니와 딸 정인숙씨.
어린이재단에 아파트를 기부한 양애자(왼쪽) 할머니와 딸 정인숙씨.
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정인숙(54·여)씨는 어린이재단에 전화를 걸어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서울 서초동 아파트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15㎡(35평)형인 이 아파트는 정씨의 어머니인 양애자(89) 할머니가 훗날 기부할 목적으로 2000년 구입했다.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7억∼8억원 수준이다.

딸이 어머니의 뜻대로 기부하게 된 것은 양 할머니가 2010년 3월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병상에 있으면서 치매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치매로 의사표현조차 어려워진 노모를 보면서 “하나님의 축복 덕에 풍족하게 살았으니 다른 이웃과 나눠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 아파트는 기부할 것”이라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양 할머니는 20년 전부터 어린이재단의 정기후원자로 매월 20만~30만원씩 아이들을 위해 기부해 왔다. 평소 “불우한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니 애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씨는 “아버지가 계실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풍족하게 살아 왔다.”면서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내가 물려받은 재산도 나중에는 좋은 일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11-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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