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입력 2012-10-26 00:00
수정 2012-10-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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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노숙인 출신 풍물패 ‘두드림’

“세계 유일의 노숙인 풍물패 ‘두드림’입니다.”

무대에 오른 자신들을 소개하는 권일혁(60)씨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스스로 ‘질곡의 역사’라고 표현한 불안정한 노숙 생활을 끝마쳤기 때문인 듯했다. 권씨는 “풍물은 동료들과 함께 손을 맞춰야만 할 수 있는 예술”이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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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따스한 채움터에서 노숙인 풍물패 소속 권일혁씨가 자신들의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따스한 채움터에서 노숙인 풍물패 소속 권일혁씨가 자신들의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물놀이 가운데 가장 흥겨운 ‘별달거리’ 장단이 나오자 사람들의 손, 발,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25일 권씨가 7명의 두드림 풍물패와 함께 무대에 오른 곳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따스한 채움터’. 서울시와 백신 전문기업 ㈜사노피 파스퇴르가 노숙인 900여명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는 자리였다.

두드림은 2008년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인 ‘성프란시스 대학’ 4기 졸업생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장구를 맡은 문점승(53)씨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게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노숙인들의 삶은 성한 데가 없는 종합병원과도 같다.”면서 “몸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원동력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징을 치는 이홍렬(58)씨도 “노숙 생활을 하며 늘 문화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다.”면서 “인문학을 통한 자기 성찰은 천지개벽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노숙 생활을 청산한 이들은 노숙인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는 것이 노숙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했다. 의식주 해결 같은 물적 지원과 동시에 인문학 강좌 등 정신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드림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박경장 명지대 교수는 “밥 한 끼 더 챙겨주는 게 노숙인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자활의 기본 조건은 자존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노숙인을 한 개인의 잘못만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씨는 “노숙인 개인의 탓으로만 문제를 돌릴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드림은 노숙인 행사 등에 참여하며 매년 4~5차례 공연을 갖고 있다. 연습공간이 마땅치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렵게 여는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우리들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 말했다. “우리의 모습 자체가 행복이죠. 함께 있던 동료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힘찬 풍물소리가 다시 건물을 가득 채웠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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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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