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법인카드는 ‘눈먼 돈’

지방의회 법인카드는 ‘눈먼 돈’

입력 2012-10-25 00:00
수정 2012-10-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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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의회 9곳 업무추진비 사용실태 첫 조사

한 지방의회 상임위원장은 집 근처 통닭집, 피자가게, 빵집 등에서 가족이나 지인과 수시로 식사를 하면서 법인카드를 생활비처럼 물 쓰듯 썼다. 다른 지방의회 의장은 어머니 생일잔치나 처가 식구들과의 식사에서 법인카드로 120만원을 결제하고 해외연수 때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양주와 같은 개인적인 선물도 법인카드로 180만원어치를 샀다. 또 다른 지방의회 위원장은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에서 모두 109건, 전체 755만원을 결제했다. 지방의회 연수 때 업자와 국외여행을 비밀리에 함께 가고, 이듬해 이 업자는 시로부터 보조금 9억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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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사각지대로 방치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 조사한 결과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마구 쓰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의정 활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감사 무풍지대’였던 지방의회에 대해 권익위는 지난 7~8월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선정해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과 외국연수 실태를 처음 조사했다.

A의회 부의장은 가족 이름으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매상을 올려줄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45회에 걸쳐 82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는 클린카드라고 하여 태극마크를 새기고, 카드사와 계약 때 유흥업소나 밤 11시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주로 지방 은행과 법인카드 계약을 맺고, 한 번에 백만원이 넘는 식사비를 결제하거나 하룻밤에 세 번씩 법인카드로 술값을 냈다.

법인카드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현금으로 인심을 쓰는 사례도 드러났다. 한 의회 의장, 부의장은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갈 때 1025만원을 격려금으로 안겼다. 다른 지방의회에서 2년 6개월간 지출된 현금 격려금은 1억 5000만원에 이르렀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주로 관광이다. 의장협의회 소속 의장 8명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외연수’란 명목으로 떠난 이집트와 터키 8일 연수는 낙타 투어, 나일강 크루즈, 보스포루스해협 크루즈, 각종 신전 관광 등으로 채워졌다. 업무추진비 카드는 의정활동비와 별도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방의원이 따라야 하는 구체적 행위 기준이 없어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환수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부패의혹이 있는 사건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과 행동강령을 자율적으로 제정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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