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노동환경건강硏 “美IDLH 기준의 최고 50% 추정”
경북 구미 불산화수소(불산) 누출사고 당시 공기 중 불산 농도가 위험 기준치의 50%까지 오를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환경운동연합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지점 인근 마을의 식물에서 측정한 불소 농도를 토대로 사고 당시 대기 중 불산 농도를 역계산 한 결과 지점에 따라 최고 15ppm에 달해 한때 IDLH 값인 30ppm의 50%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유해물질 노출 기준인 IDLH는 특정한 유해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영구적 건강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농도를 뜻한다.
두 단체는 지난 7일 사고지점에 인접한 산동면 봉산리에서 식물 시료 25개를 채취, 잔류 불소 농도를 측정해 보니 유럽연합(EU)의 가축 먹이 기준인 30~150ppm을 크게 넘어선 107.6~9594.1ppm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를 토대로 과거 외국 연구에서 결정된 축적상수를 공식에 대입, 사고 당시 이들 식물 주변 대기 속 불산가스 농도를 역계산 한 결과 지점에 따라 0.1~15.0ppm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이렇게 대기 중 불산 농도를 추정한 25개 지점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8시간 노출기준(TWA, 0.5ppm)과 천장값(작업 중 한순간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기준, 3ppm),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천장값(2ppm)을 초과한 곳의 비율은 각각 80%, 32%, 40%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장은 “지표수나 하천과 달리 식물 내 불소는 안정적으로 잔류해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보여준다”며 “환경부에서 발표한 대기 중 불산 농도 측정치인 1ppm은 당시 상황을 매우 과소평가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추정 값은 매우 보수적 조건에서 계산됐으므로 피해 당시의 최소 농도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그럼에도 최고치가 IDLH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는 당시 상황을 복원할 수 있는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주민과 노동자의 고통을 단순한 문제제기로 치부한 정부의 태도가 기만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이번에 식물 조사 대상에서 빠진 산업단지 일대에서도 불산 농도를 추정하는 한편 사고 지역 노동자들의 건강 피해 등에 대한 사례를 수집,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