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없어 가족도 시신 포기… ‘쓸쓸한 죽음’ 는다

장례비 없어 가족도 시신 포기… ‘쓸쓸한 죽음’ 는다

입력 2012-10-17 00:00
수정 2012-10-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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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연고 사망’ 서울만 301건… 경제난 이유로 가족 찾아도 거절

#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고시원 3층에서 백모(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침대에 걸터앉아 몸을 뒤로 누인 모습이었다. 외상은 없었다. 백씨는 평소 기침이 잦았다. 담당 의사는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한 급사로 추정했다. 병원에 안치됐지만 백씨의 시신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죽을 때도, 죽은 뒤에도 철저히 혼자였다. 화장한 백씨의 시신은 경기 파주시의 서울시립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으로 보내졌다. 구에서 무연고 변사자 공고를 내고 유골 인수를 알렸지만 찾는 이는 없었다.

# 지난 14일에는 성북구 하월곡동의 다가구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혼자 있던 송모(73·여)씨가 숨졌다. 24㎡의 반지하방이었다. 송씨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남편은 2개월 전 폐렴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던 송씨는 남편의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어 시신 포기 각서를 쓰고 구에 장례를 맡겼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자녀들과는 교류가 없었고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송씨를 부검하고 화재 원인과 자살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가족 관계 해체와 경제난으로 인한 도심 속 쓸쓸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단상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은 301건으로 2009년 206건, 2010년 273건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이 발생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망자의 배우자와 자녀, 부모 등의 순으로 연고자를 찾는다. 한 달이 지나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거나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한다. 이렇게 홀로된 시신은 매장이나 화장을 한다. 10년 동안 찾아가지 않은 시신들은 한데 모아 공동묘에 매장한다.

무연고 사망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통적 가족 관계의 붕괴와 경제난이다. 시 장사문화팀 관계자는 “장례 비용이 없어 수습을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 간에 오랜 기간 연락이 두절되었거나 가정사가 있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30일 충북 제천의 원룸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최모(36)씨 역시 유족이 가족 관계 단절을 이유로 시신 인도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망 복원을 강조한다. 현외성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과 관계가 끊어져 혼자 있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마을 단위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노인돌봄서비스 등 경제적, 제도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경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고독사는 노인뿐 아니라 은둔형 외톨이 등의 청소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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