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미수 혐의 50대, 경찰 강압수사 유서 쓰고 자살

강간미수 혐의 50대, 경찰 강압수사 유서 쓰고 자살

입력 2012-09-25 00:00
수정 201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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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서부경찰 “조사장면 담긴 CCTV영상 폭행 정황 없었다”

강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은 50대 남자가 ‘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수원시 모 구청에서 지하차도 보도 정비와 관리 일을 하던 무기계약직 우모(58)씨가 이날 낮 12시30분께 수원의 한 지하차도 인근 컨테이너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컨테이너 안에서는 빈 농약병 1개, 각각 절반 정도 내용물이 담긴 농약병 2개, 소주병 1개, 사발 1개가 함께 발견됐다.

우씨는 강간미수 혐의로 지난 11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12일, 20일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 서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우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께 A(54·여)씨를 수원시 자신의 집(3층)으로 데려가 강간하려다가 A씨가 반항하자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우씨는 1차 경찰조사 때 피해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사실은 인정했으나 폭행, 감금 혐의는 ‘기억이 안난다.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2차 경찰조사 때는 강간미수 혐의를 시인하고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 날인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우씨는 범행 당일 자신의 집에서 막걸리 2병을 혼자 마시고 A씨를 강간하려다가 “살려달라”는 A씨의 구조 요청을 창문 밖에서 들은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우씨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였다.

피해 여성은 집 안에서 잠긴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해 출동한 소방대원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 구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우씨가 숨진 채 발견된 컨테이너 박스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내용과 동료·가족 앞으로 남긴 A4 용지 3장 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형사가 강압수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네’라고 안하면 고함을 질렀다. 자판기(컴퓨터 자판)를 들고 던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수원 서부경찰서는 감찰과 청문 기능을 통해 우씨가 강압 수사에 대한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등 자살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수원 서부경찰서 조광현 형사과장은 “불구속 입건한 상태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고 귀가조치한 뒤 사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며 “수사과정에서 강압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우씨가 경찰조사를 받은 장면이 찍힌 형사계 CCTV 녹화영상은 규정상 음성녹음이 안돼 담당 형사가 욕설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폭행 등 강압수사 정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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