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연고·메모 등…검찰 송치전 탈출

대구 ‘유치장 탈주범’이 5일간 치밀한 탈출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이 대구 동부경찰서에 수감된 것은 지난 12일.

최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5일간 유치장에서 탈출계획을 세워 17일 도주했다.

최는 유치장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다른 유치인들과 같이 평범한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는 공구 등 탈주에 큰 도움은 되지만 유치장에 들여올 수 없는 물건보다는 유치장에 반입되는 물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 수감생활로 경찰에 구속되면 검찰 송치까지 열흘 정도 유치장에 머문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최는 21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었다.

최는 탈주에 필요한 물건을 모으는데 서두르지 않았다.

탈출 준비를 위해 그가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은 책. 그는 독서를 한다며 계속해 책을 달라고 유치장 근무자에게 요청했다.

다른 수감자들이 통상 1권씩을 받아 다 읽은 후 반납하고 다른 책을 건네받았지만 최는 책을 반납하지 않은 채 여러 권을 모았다.

최는 또 상처가 있는 다른 유치인이 경찰관으로부터 받아 사용한 연고를 반납하지 않자 이를 몰래 챙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최가 경찰관에게서 넘겨받은 책은 담요에 덮여 탈출 당시 그가 누워있는 것처럼 꾸미는 데 사용됐다.

연고는 창살로 된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나갈 때 몸과 창살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윤활제 구실을 했다.

또 탈출에 앞서 최는 경찰관에게 구속적부심 청구서와 필기구를 달라고 했다.

최는 구속적부심 청구서의 청구이유를 적는 공간에 마치 경찰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듯 ‘미안합니다’, ‘누명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탈출을) 선택하게 됐다’는 글 등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벗어야 하는 누명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탈주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준비하고 경찰에 하고 싶은 말까지 남긴 최는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오던 17일 새벽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치장을 빠져나간 뒤 사라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최가 어떤 이유로 17일 탈출을 감행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책·연고·메모지 등을 모으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