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좋아하는 책 맘껏 읽으며 편히 쉬렴”

“하늘에서 좋아하는 책 맘껏 읽으며 편히 쉬렴”

입력 2012-09-20 00:00
업데이트 2012-09-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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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투신 고교생 화장…유족 “죽음 내몬 원인 폭넓게 조사해야”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했던 친구야,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자신의 아파트 23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공주 모 고교생 박모(17)군이 20일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이날 오전 공주의 한 장례식장에는 박군의 같은 반 친구를 비롯해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 등 50여명이 박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분향실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유족의 외침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박군과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9명의 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촉촉해진 눈가를 연방 손등으로 비볐다.

정모(17)군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으나 말을 걸면 대화도 많이 하고 잘 놀았던 친구”라고 박군을 소개하며 “특히 쉬는 시간에는 책을 자주 읽었다”고 말했다.

박군의 다른 친구도 평소 박군이 소설과 자서전 등의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했다.

박군의 담임교사는 어렵게 입을 떼며 “공주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조용한 성격에 맞게 인문계열 쪽에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고 전했다.

유족은 ‘차분하고 책읽기를 좋아했던’ 박군의 투신 배경에 학교폭력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박군의 유족은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교육청 관계자에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계속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동급생에게 받았다”며 “학교 측에서도 확인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박군을 괴롭혔다고까지 말한 상황”이라며 “(박군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에 대해 폭넓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측은 박군이 우울 증세로 중학교 때부터 수차례 상담을 받은 적이 있고,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과 관련한 경찰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학교 측은 공주시보건소 전문의를 불러 학년별로 1시간씩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을 했다.

박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2시께 세종시의 한 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한 줌의 재가 됐다.

화장이 진행되는 40여분 내내 유족은 끝없이 오열했고 학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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