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빠지는 의료인… 병원은 사각지대

마약에 빠지는 의료인… 병원은 사각지대

입력 2012-09-11 00:00
수정 2012-09-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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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1~3%가 의료인… 임의투약 비상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에 사용했다. 피곤하다는 동료들과 나눠 쓰기도 했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임의로 투약했다가 최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간호사 A(32)씨가 지난 9일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 근무하는 의사 2명과 A씨 등 간호사 3명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알프라졸람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수차례 투약했다가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면 장애와 우울증으로 알프라졸람을 처방받았던 A씨는 3교대 근무로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자신의 약을 나눠 복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어머니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받아 여분의 약을 타내 사용하기도 했다. 알프라졸람은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중독성, 환각 작용 등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다.

마약 성분의 의약품을 쉽게 접하는 의료인들이 마약사범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적발, 검거되는 마약사범 중 1~3%가 의료인이다. 의료인들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쉽게 접하는 데다 기능까지 자세히 알고 있어 별 경각심 없이 사용한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처방전도 없이 향정신성 의약품인 수면 유도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보듯 허술한 마약류 관리는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쉬워 더욱 위험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의사에게는 자동적으로 마약류 취급 권한이 주어진다. 물론 의사라도 처방전 없이 환자에게 마약류를 투약, 교부하거나 처방전이 있더라도 품명, 수량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을 경우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의사들이 마약류를 스스로 투약하거나 최음이나 환각 목적으로 타인에게 투약할 경우 의료 사고 등으로 표면화되지 않는 이상 적발이나 단속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마약성 의약품을 빼돌리거나 임의로 타인에게 투여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는 게 경찰의 견해다.

현장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 최모(28)씨는 “마취제 성분에 대해서도 별다른 경각심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마약류를 빼돌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마취 목적으로 마약류를 자주 취급하지만 관리는 의료인 개개인의 양심과 판단에 맡긴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우유주사’나 ‘비타민주사’로 불리던 프로포폴(수면 마취제)이 마약류로 지정돼 의료인 입건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신종 마약 지정·관리는 식약청이, 해외 밀반입·반출은 관세청이 담당하며 단속권은 검찰, 경찰에 있다. 또 마약 예방 및 교육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마약 환자 치료는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다. 총리실 산하에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지만 정책 조율만 할 뿐 실무와는 거리가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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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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