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책임자 승승장구”…육군 “모든 책임전가 안돼”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잇따른 훈련병 사망 사고의 책임을 물어 당시 훈련소장을 맡았던 육군 장군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10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2~4월 이모(이하 당시 나이 21세), 정모(21), 노모(23) 훈련병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폐렴, 자살, 뇌수막염 등으로 사망했다.
당시 훈련소장이던 박모(55) 소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해 5월 육군 최고 요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박 소장은 지난 7월 자리를 옮겨 현재 ‘2015년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국제군인체육회가 스포츠로 전 세계 군인의 친목을 다지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4년마다 여는 대회로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건강하게 입대한 훈련병들이 군 내부의 억압적 분위기와 허술한 의료 체계로 젊은 생을 마감했는데도 훈련소 최고 책임자였던 박 소장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말미암은 훈련병들의 사망과 허점투성이인 군 의료체계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군인권센터는 박 소장이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대회를 준비하며 쌓은 지역 인맥을 동원해 앞으로 경북 문경을 기반으로 정치권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조만간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박 소장 파면 및 군인 건강권 실태조사를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는 현재 인터넷(http://ka.do/q)에서 박 소장 파면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육군본부 관계자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지내면 대부분 바로 승진해 군단장이 되지만 박 소장은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업무능력에도 예외적으로 승진도 못 한 채 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사망한 훈련병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지만 사고의 모든 책임을 최고 지휘관에게만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특히 박 소장이 현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권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주장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