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정권실세 들먹이며 사기쳤다”

“양경숙, 정권실세 들먹이며 사기쳤다”

입력 2012-09-04 00:00
수정 2012-09-0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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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떼인 사업가 A씨 증언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 실세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사업에 투자하라거나 사업을 키워 주겠다는 식으로 사기를 쳤어요.”

사업가 A씨가 밝히는 인터넷 방송 라디오21의 전 대표 양경숙(51·구속)씨의 사기수법이다. A씨는 지난해 양씨에게 7000여만원을 떼였다. A씨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씨가 지금 구속돼 있지만 구치소 안에서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훼방을 놓을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양씨는 A씨에게 정권 실세의 이름을 들먹이며 포털사이트 및 TV·케이블 방송 배너 광고, 후원사 제공 등을 통해 사업을 키워 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A씨는 검찰의 계좌추적 대상 중 한 명인 노사모 전 대표 노혜경씨 명의의 계좌로 7000여만원을 송금했다. 송금 이후 양씨는 연락을 끊었다. A씨는 “양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권 실세나 유명인들의 이름을 들먹였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그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보여줬다. 박 원내대표, 박 전 차관 등과는 그 자리에서 통화까지 했다.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양씨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양씨가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약점을 들먹이거나 실세들의 이름을 대며 ‘당신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처럼 양씨에게 사기를 당한 사업가들이 1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양씨는 60~70%는 자기 사업을 위해 사기를 쳤다. 하지만 분명히 민주당이나 노사모 쪽에도 돈을 댄 걸로 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56·구속)씨 등 3명에게서 받은 돈 중 일부는 민주당 등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민주당으로 유입된 자금의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광역자치단체장 등 각종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거용 책자나 홍보물 제작 등에 투자하면 두 배의 이익을 올려주겠다고 속였고, 방송 및 온라인과 관련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악하고 있다, 광고계를 꽉 잡고 있다는 등 큰소리를 치며 투자 유치를 했다.”고 털어놨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09-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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